2022.09.17
어제는 너무 속상한 일이 있어서 친구들 앞에서 하소연하다가 그냥 울어버렸다.
우리 과는 매주 금요일 작은 술집에 모여서 수다를 떠는 사교행사가 있다. 음악도 없고, 굳이 술을 안 마셔도 되고, 술값도 대체로 저렴해서 대학원생들이 사랑하는 곳이다. 금요일마다 우리 과 뿐 아니라 다른 과 대학원생들도 모인다. 일찍 만나면 별로 붐비지도 않아서 좋다.
하소연한 내용은 굳이 적지 않겠지만 진짜 나답지 않게 너무 감정적이라서 나랑 친구들이 다 놀랐다. 안 마시던 술 때문인가? 생각도 들었다. (바텐더한테 아무거나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진짜 이것저것 섞어서 아무거나 만들어줬는데 나름 맛있었다.) 근데 그것보다 그냥 여태까지 쌓인게 한꺼번에 쏟아 나와서 그랬던 것 같다.
물론 그 자리에서 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는지 집에 와서 와이프한테 얘기하면서 또 꺼이꺼이 울었다.
지난 여름에 한국인 이웃이 있다는 걸 알았다. 더워서 창문을 열어놓고 있었더니 그 분이 친구와 대화하면서 너무 서럽게 우는 소리를 우연히 들어서. 어제 불현듯 그 사람이 생각났다. 그 분도 먼 곳에서 살면서 억울한 일이 있어서 그렇게 울며 친구와 통화했던 거였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