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가 May 25. 2023

두 번째 생각풀이

’ 죽음‘이라는 선택을 버리기

 우울증에 걸리면 무기력한 기분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일상을 살다가도 문득 ‘그냥 죽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생각하기도 한다. 항상 모든 행동과 결정에 ‘죽는다’라는 옵션이 있으니 현생에 있어서 어떠한 의욕이나 욕구가 들지가 않는다.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지만 꾸준하게 먹는 것조차 힘이 든다. 약을 매일 먹는다는 것 자체에는 살고 싶다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만약에 그 의지조차 없다면 내가 살고 싶어질 가능성을 높여줄 약 자체에 대한 생각이 없어진다. 항상 모든 순간 ‘죽고 싶다’라는 반복적인 생각만 끊임없이 들고 더욱 내가 죽고 싶어 지게 만드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형상화된다. 모든 감각과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날카롭고 무겁다. 이게 과연 진지하게 고민하는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매 순간 ‘그냥 죽을까’라는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떠올린다. 과연 내가 죽을 수 있을지도, 어떻게 죽을지도 모른 채로 말이다.




우울증으로부터, 지긋지긋한 우울증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첫 번째 노력은 ‘죽음’이라는 선택을 버리는 것이다.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해진다. 내가 어떠한 노력을 해도 결국 그것으로 생각이 흐르면 무기력해진다. 다른 것들을 하기 전에 ‘자살’이라는 옵션을 나의 일상에서 지워버리는 것 자체가 우울증으로부터의 탈출에 있어서 가장 큰 용기이자 첫 번째 시작이다.

 

 우울증과의 싸움에 있어서 ‘죽음’이라는 옵션을 삶에서 버린다는 결심은 굉장히 커다란 결심이다.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고 도움을 받고자 용기를 내는 것 또한 이 결심을 나고 나서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우울을 끌어안고 있다 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기분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굉장히 예민하고 조심스러워하며 살아간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먼저 이것으로부터 벗어나려면 ‘희망’이라는 것을 먼저 볼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 자살‘이라는 선택을 과감하게 선택지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첫 번째 생각풀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