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을 시작할 ‘완벽한’ 때는 없다
생각의 오답노트라고 해야 할까, 습관의 오답노트라고 해야 할까. 나는 ‘미루기’의 습관을 심각하게 고칠 필요가 있다. 지연 행동은 잘 생각해 보면 나 자신에게 좋게 작용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나는 왜 ‘미루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왜 그것을 완벽하게 이루어낼 최적의 타이밍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나는 어떤 일을 잘 시작하지 못 한다. 생각해 보면 그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두려워서인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조별 활동에서 피피티 제작을 맡았는데 그것을 시작하기도 전에 다 만든 내 피피티를 본 다른 조원들의 평가가 너무 두려웠다. 그래서 그 평가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피피티 작성에 시간 투자를 더욱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은 더 부담감을 증가시켰다. 이 부담감은 피피티 작성을 계속 미루게 했다. 이 지연 행동을 하면서 내가 앞에서 설정한 조원들의 평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심화되어 나에게 들려왔기 때문에 나의 불안감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이러한 불안감은 나를 회피 행동으로 이어지게 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하고 싶다는 부담감은 첫 시작에서 어쩔 수 없이 실망감을 안겨준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원대하고 수월한 시작은 없으니까 말이다. 무의식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나의 완벽주의 성향이 나의 속을 더 곪게 하고 나의 지연 행동을 심하게 악화시키고 있었다. 보통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기 마련인데 처음에 시작하면서 그 목표로 도달하기까지 너무 멀게 느껴지면 첫 시작부터 진이 빠져버리는 것이 내 특징이다.
나는 어쩔 때 보면 어떠한 일을 시작할 때 그것을 시작할 아주 완벽하고도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그 타이밍은 오지 않는다. 어떤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하고 보면 되는데 나는 ’ 나중에‘를 끝도 없이 속으로 외친다. 이런 식으로 지연 행동이 쌓이게 되면 당연히 결과물도 안 좋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물은 자기혐오와 자책감이 되어 돌아온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지연행동은 마감 기한을 굉장히 촉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데 그 촉박한 기간 안에 확신도 없이 어영부영하고 있는 나 자신을 인지하고 있으면 또다시 나 자신이 싫어진다.
기억하자. 어떤 것을 시작할 완벽한 때는 없다. ‘지금’이 그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