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조건 충족을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꿈속에서 나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분명히 기억난다. 내 옆에서 날고 있는 누군가에게
나 이렇게 날아본 적 없지?라고 하며 자신 있게 말하던 나의 시점. 이렇게 새처럼 날아본 적 없지. 자, 별로 어렵지 않아.
그러고 눈을 떴다. 밖에서 새소리가 들렸다. 새가 지저귀고 주말 동안의 장마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은 이슬을 머금은 상태로 가라앉아 있었다. 눈을 뜨고 나서 나는 아직 날고 있었다. 아직 그 상태에서는 내 안에 무언가가 들어오기 전이었다. 내가 요즘에 하던 생각들 말이다. 그러고 핸드폰 화면을 보니 나 자신이 누군지 기억이 났다. 나는 새가 아니었다. 내가 하고 있던 공부, 내가 하던 고민들, 내가 어제까지 힘들어했던 것들, 내가 하고 있는 일 등 나의 생활들이 천천히 내 안에 쌓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기억이 파이처럼 한 겹씩 쌓아지는 순간 사이사이로 들려오는 새소리와 차의 경적 소리, 그리고 차가우면서도 촉촉한 공기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했다. 저마다 ' 아아 이런 때야'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 소중해서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글로 쓰고 있다.
문득 아침 공기를 느끼면서 입시 시절 내가 다녔던 기숙 학원에 온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는데 이상하게도 그것을 생각하자 '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행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을까. 나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구성 요소들 중에서 나의 행복을 가로막는 존재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지저귀는 새소리 하나에도 이렇게 행복해할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의 가치를 아는 대단한 사람인데 지금까지 나는 자신을 자책하고 폄하하였다. 어쩌면 나는 나 스스로 행복해질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가 노력도 안 하고 가로막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행복하 가치가 없는 사람이니까, 행복할 자격을 갖출 수 있는 조건이 없으니까 애초에 그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나이다. 타인이 정한 기준에 맞추기 싫다고 하였지만 타인이 정했다고 생각한 주체 또한 나 자신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행복하려면 이것을 만족해야 하고 저것을 만족해야 하고 이것저것을 따지기에 바빴다. 그러나 행복은 생각해 보면 조건을 충족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통해 얻어야겠다는 압박감을 가질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지금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향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많은 예쁜 추억들이다. 요즘에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면서 삶의 끈을 놓아버릴까 한참을 생각했는데 이 모든 것들을 두고 죽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