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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띠또 Jan 22. 2024

좌충우돌 해외영업기

2-2. 고객사 전용 샘플링 

첫 단계에서 우르르 보낸 제품 중 무언가가 마음에 들면 다음 단계에 돌입한다. 두 번째 샘플 유형은 고객사 전용 샘플이다. 이 단계에서는 두 가지를 본다. 1. 고객사의 제형(로션, 크림 등)과 용기가 서로 호환이 잘 되는지 여부. 2. 고객사의 아트워크 (로고, 상품 설명 등) 보통 이 두 가지는 서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어떠한 화장품은 a원료의 비율이 높아서 PP 재질과 반응이 일어난다. 용기가 늘어지게 되고 이에 따른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또 다른 경우에는 용기에 인쇄한 문구가 지워지는 경우다. 고객사의 마크나 화장품 이름 등을 용기 표면에 '인쇄'한다. 종이에 인쇄하는 것과 다르게 플라스틱 표면 위에 인쇄하는 방법인데, 가끔 화장품 제형에 어떠한 원료가 과도하게 포함되면 (플라스틱 용기에 맞닿아 있기 때문에, 원료의 영향으로) 인쇄가 벗겨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류의 문제들을 사전에 알아보기 위해 compatibility test를 진행한다. 기본으로 2~3달 잡고 가고, 이 과정에서 탈락하거나 여러 번 샘플링을 진행할 때도 있다.


기억에 남는 몇 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수출용 박스 6개 발송 사건

지난여름  A 고객사가 갑작스레 회사에 찾아왔다. 당시에는 담당이 아니었지만 내가 급하게 투입되었다. 고객사가 관심을 표한 제품들은 미리 샘플을 준비해 두고, 관련하여 설명 PPT도 만들어두었다. 나의 첫 대면미팅...! 통상적으로 회사 소개, 요청 제품 소개로 이어지는데 이 고객사의 스타일을 보니 빠르고 원하는 것을 바로바로 알고 싶어 하는 성격 같았다. 그래서 회사소개는 짧은 동영상으로 대체하고, 미리 세팅해 둔 샘플들을 위주로 궁금한 점에 질의응답하는 식으로 미팅을 진행했다. 제품을 하나씩 라벨링 하고, 제품의 각 부위 별 재질까지 세세하게 준비했다. 사실 당시엔 나도 제품에 빠삭한 것도 아니고 요청 제품의 종류가 워낙 많아 나를 위해 준비를 한 것도 큰데 고객사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처음 관심을 표했던 제품들 외에도 쇼룸에서 고른 제품들까지 몇 십종에 달하는 제품들을 마음에 들어 해 이 모든 제품의 CT용 샘플을 보내줄 수 있느냐고 했다. 이전까지 수주가 없었던 신규 고객사인터라 허탕으로 끝나는 일이 많은 샘플을 새로 만들어서 보내주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후에 화상미팅을 통해 제품 30종, 30개씩 샘플링을 하기로 협의했다. 보통은 이렇게 전용 샘플을 만들 때는 '아트워크'까지 인쇄하는데 양이 많다 보니 색상, 코팅만 맞추었고, 그중 한 가지는 너무 마음에 든다며 아트워크 '인쇄'를 함께 진행했다. - 아트워크에 얽힌 이야기는 뒤에서 이어하겠다. 전용 샘플은 색상부터 다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제작기간이 3~4주가 걸리는데 이 프로젝트 샘플을 준비하며 크고 작은 난관을 거쳐... 모두 발송 완료하였다. 부피도 크고 무거워서 택배 싸는 것도 힘들었고, 택배 발송비만 100만 원이 넘게 나왔다. 하지만 결국 수주로 이어졌고, 신규 업체에 신규 프로젝트로 1억 3천을 판매하였다는 쾌거를 얻었다. 앞으로도 CT 결과가 잘 나와서 수주로 이어지길 바란다. 


하나씩 라벨링을 다해서 저렇게 큰 박스 6개를 보냈다.


2. 엉뚱한 CT 테스트 의뢰 사건

지난봄에 만난 B 업체와의 이야기다. 콕 집어서 한 제품을 마음에 들어 했고 바로 CT로 넘어갔다. 제형과 호환이 되는지 보려고 30개를 보내주었고, 후에 무언가 잘 안 맞았는지 우리에게 테스트를 요청하며 30개를 요청했다. 고객사가 나보다 더 경험이 있어서 일정을 미리 안내해 주었고, 나도 일정에 맞추어 샘플들을 보냈고, 내부 절차에 맞게 테스트 의뢰도 하였다. 테스트도 고객사와 비슷한 환경을 맞추기 위해 6~8주가 걸린다. 인고의 시간 후 드디어 테스트 결과를 받았다. 결과는 문제없음. 나는 어서 빨리 알려주고 싶어서 서둘러 번역해 회신했다. 그러나 고객사의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원하는 것은 A이니 다시 테스트를 해달라고 했다. 나는 재차 테스트팀에 요청을 하였고, 또 인고의 기다림 끝에 같은 결과를 받았다. 고객사에 이 결과를 알리니 고객사가 큰 실망을 표하며 원하던 바를 다시 말해주었다. 대체 뭐가 문제인가 결과지를 샅샅이 뒤져보았는데 테스트 의뢰날짜가 조금 달랐다. 혹시 이것을 가지고 그런 건가.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구구절절~ 길게 답장을 보냈는데. 아뿔싸. 내가 처음부터 테스트 목적을 이해를 못 한 것이다. 고객사는 A를 의뢰했는데, 비슷한 B로 이해한 것이다. 내 변명을 하자만 입사한 지 몇 개월 차였고, CT 테스트 의뢰가 처음이었고, A 실험은 흔히 하는 항목이 아니었다. 게다가 불어로 메일을 주고받다 보니 모두가 실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버렸고 다시 되돌릴 수 있을지.. 걱정에 눈앞이 깜깜했다. 퇴근 시간이 지났지만 허겁지겁 찾아 올라가 원래 목적을 말씀드렸다. 하필 테스트 담당이 부재해 다른 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자리에 돌아오니 팀장님이 계셔서 또 말씀드리고 이런저런 경험담과 관련해 회신할 수 있는 검사기준표를 받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테스트의 방향성은 비슷해 다시 진행할 여지가 있었다. 고객사의 기준이 국제 규격에 비해서도 훨씬 높았고, 용기 재질 특성으로 목적대로 테스트를 진행했어도 비슷한 결과였을 것이라는 것. 이제 고객사에 회신할 시간이 왔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가감 없이 그 이유를 적었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테스트를 다시 진행할 수 있다고 사과했다. 내가 이해를 못 해서 나 때문에 전체적인 일정이 틀어져 피해를 입힐까 봐 얼마나 전전긍긍했는지 모른다. 괜찮다는 회신이 왔고, 후로는 연락이 없었다. 제품끼리도 잘 안 맞고 이 프로젝트는 틀렸나 보다는 생각이 들 무렵 프로젝트는 다시 이어졌고 단가 협상, 론칭 계획을 공유받았다. 그리고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고객사로부터 선물까지 받았다. 협력사에 돌리는 형식적인 선물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경험이다. 아마 이러한 일을 통해 고객사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의 실수 앞에 눈감고 도망가지 말 것. 위기를 함께 이기면 관계는 돈독해진다.


무작정 개발팀에 찾아가 보여달라고 한 결과물...! 이 덕분인지 그 분과는 점심에 커피 먹는 사이가...! 


3. 스크래치 이슈

입사하자마자 맡게 된 C고객사의 컴플레인. 플라스틱 용기에 실크(잉크 종류 중 하나)를 인쇄한 사양인데 실크가 자꾸 벗겨진다는 내용이다. 내가 입사 전에 판매했던 제품이고, 이전 담당에게 물어보니 높은 기준을 준수하는 품질 테스트를 거쳐 잘 나간 건인데 고객사가 손톱으로 긁어서 실크가 떨어진다는 내용을 들었다.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부의 품질 기준을 번역해 보내주고, 화장품 제형이 손에 묻은 상태로 인쇄 부분을 계속 만지면 지워질 수밖에 없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한두 가지 제품 외에는 교류가 많지 않던 고객사였는데 새롭게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 문제를 다시 짚고 넘어갈 필요를 느꼈다. 일단 인쇄 위에 코팅을 제안했다. 한번 무언가로 덮어주면 벗겨짐이 덜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이 경우 색상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실크 인쇄는 살짝 반짝이는데, 이 위에 무광코팅을 덮으면 반짝임이 사라진다. 이 고객사의 경우 QR코드를 용기에 인쇄하기 때문에 벗겨지지 않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었다. PPS를 제작하기 전에 느낌을 보여주기 위해서 여러 가지 옵션을 검토하고 샘플 담당자와 많은 얘기를 하면서 스크래치가 나는 원인을 알게 됐다. 기존 판매 제품은 무광 코팅을 덮지 않고, 무광 효과를 내기 위해 빛이 나지 않는 저광 PP를 사용했다. 이 경우 플라스틱 표면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울퉁불퉁하다고 한다. 그러니 인쇄를 할 때 잉크가 떠있는 부분들이 있고, 그쪽은 상대적으로 잘 떨어져 버린다. 그래서 맨 사출 (일반 PP)에 인쇄를 하고, 코팅을 덮는 방법으로 샘플을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실크 인쇄 위에 코팅을 덮으면 인쇄가 흐려지고 밀린다는데, 무광이라 그런지 샘플이 잘 나왔다. 고객사도 수령 후 만족을 표했다. 고객사의 컴플레인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고, 해결 방법도 있었다. 여러 번 되풀이되는 문제를 해결했다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기뻤다. 무엇보다 발로 뛰고 직접 해결하려는 적극성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여러 요소가 계속해서 바뀌고 있어 아직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 무탈하게 진행되어 잘 끝나길.





샘플링을 점점 더 많이 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이슈에 부딪히고 있다. 힘든 일이 항상 생기지만, 매번 무언가를 배우거나 누군가와 돈독해지고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며... 책임감이 가득한 나를 칭찬하며... 그렇게 나아가고 있다. 


샘플링을 하면서 느끼는 점을 모든 업무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샘플마다 하나같이 다 다르다는 것이 신기하고 

- 연관된 팀도 다양하다. 

- 모르는 것은 배우고, 협업하는 동료들과는 돈독해지면서, 쌓아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고객사 전용 샘플링을 마치고 나면 수주에 한 발자국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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