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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상 Aug 05. 2024

친환경하겠다는 파리 올림픽, 조금 더 들여다보면?

기후친화적인 올림픽이고 싶은 프랑스, 해도 너무했다는 반대론자



2024 파리 올림픽 개막 전부터 주최 측이 강조하고자 하는 친환경성을 중심으로 논란이 시작됐다. 공간, 음식, 이동수단으로 쪼개서 얘기해 볼 수 있겠다. 실제로 합당한 비판할 수 있는 문제도 있겠고, 미디어를 타면서 오해가 되거나 과장된 것도 있을 수 있다. 세 가지 분류로 나눠보자면 공간, 이동수단, 식단이겠다.


파리 올림픽은 탄소발자국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둘러싸고 개막 전 숙소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있었다. 목표로 한여름에 치러지는 행사인만큼 선수들이 숙소에서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하는데, 선수촌 숙소에 냉방용 에어컨이 없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였다. 주최 측은 건축공학적인 설계로 환기를 원활히 해 자연냉방으로 실내 온도를 외부보다 6~7도까지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냉풍기를 가져와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에어컨에 들어가는 냉매는 HFC(수소불화탄소)로 온실가스 중 하나다.


아직은 과한 우려가 맞았다. 개막 후 파리 기온은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지 않다가 최근 며칠 사이 기온이 올라 지난 30일엔 최고 기온 35도를 찍었다. 최근 기후변화로 파리를 포함한 유럽 주요 도시 기온이 40도를 넘나들며 온열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러나 기본적으로 유럽 여름은 고온다습한 한국 더위와 다르다. 특히 중부/서부는 해양성 기후로 여름철 건조한 편이다. 31일 기준, 파리 한낮 습도는 55% 정도다. 선수들이 숙소에 있을 아침과 저녁에는 30도 아래로 내려올 것이며, 자연 냉방에 따라 20도 초반에 실내 온도가 유지된다. 대략 기온은 20~25도, 습도는 50~60% 정도인데, 이는 전문의들이 여름철 추천하는 실내 환경과 같다. 에어컨이 없는 여름을 상상하기 어려운 한국의 관점에선 쉽사리 상상할 수 없겠지만, 에어컨이 없어도 선수들이 컨디션을 조절하지 못하는 환경은 아니다.


식단은 어떨까. 식단에 대한 문제제기는 영국과 독일에서 촉발됐다. 영국 올림픽 협회 최고 책임자인 앤디 앤슨이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의 불을 댕겼다. 그는 ”계란, 닭고기, 특정 탄수화물 등 특정 식품이 충분하지 않고, 날고기가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등 음식의 질도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자국에서 음식을 조달하거나 전담 요리사를 데려와 선수들에게 식사를 마련하겠다는 나라들도 생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 이야기가 확산되면서 파리 올림픽이 채식 식단만 제공하는 것으로 일부 와전됐다. 동시에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가혹하며, 국가 간 빈부격차 문제까지 생긴다는 손가락질이 있었다.


이런 비판들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파리 올림픽은 분명 육류를 제공한다. 적확한 문제는 올림픽 푸드코트가 다양한 문화에서 먹는 요리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육식 메뉴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입에 맞거나 익숙한 식사가 아니어서 불만이 생기거나, 육류 메뉴에 사람들이 몰려 다 소진돼 먹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런 비판이 나왔던 것이다.


이런 불만을 인지한 올림픽 식단 케이터링 업체는 계란과 고기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다.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온 선수들 입맛에 맞는 메뉴를 제공하지 못한 건 비판할 수 있다. 반대로 미슐랭 셰프들이 만든 프랑스식 메뉴에 만족해하는 선수들도 있다. 정리하자면, 입김 강한 국가 소속의 소수 관계자의 발언이 자국의 미디어를 중심으로 효과적으로 확산됐고, 마치 전 세계 선수촌 일반의 목소리인 것처럼 조명된 것도 있었다. 그러나 경기력에 지장을 줄 본질적인 영양 문제는 아니었고, 메뉴에 대한 품질의 문제라기보단 취향의 문제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올림픽 선수촌 식단에 관한 중립적인 기사를 썼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수촌 일거수일투족을 즉각 노출하고 있다. 몇몇 선수들은 식단 논란에 직접 영상을 찍어 음식이 어떤지 리뷰하는 쇼츠를 찍어 공유했다. 정말로 경기에 영향이 있을 문제였다면, 지금 정도의 소동으로 그쳤을 리가 있을까.


참고로 파리 올림픽은 ‘음식 비전(Food Vision)‘​에 관한 백서를 제공한다.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 리우 올림픽 대비 탄소발자국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골자로, 채식 식단을 늘리고 식재료 80%를 프랑스 내에서 조달하고 플라스틱을 줄이고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를 늘리겠다는 지속가능함을 목표로 삼았다. 또 프랑스식을 포함한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남은 음식은 재분배하거나 퇴비화해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음식 비전’ 백서 프리뷰.


인생을 걸고 온 선수들이 있는 올림픽에서 영양소에 기반한 다소 실험적인 노력을 한다고 비판하는 것도 일견 맞다. 그러나 프랑스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0으로 맞추겠다는 탄소중립 선언국이며,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약속을 했다. 올림픽이 큰 이벤트고 경쟁하고 즐기는 축제일 수 있지만, 이 역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인류 공통의 과업에서 그리고 프랑스 국가적 약속에서 논외로 빼둘 수는 없는 법이다. 나라 전체가 다 함께 나서도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기후 목표를 두고, 올림픽은 특별하고 특수한 지구촌 축제이니까 논외로 하거나 모른 척할 순 없다.


결국 거대한 가치 충돌이다. 어느 한쪽을 쉬이 손들어주기 어려워 보인다. 100년 넘게 쌓아온 위대한 올림픽 정신과 레거시와 인류 생존의 갈림길이 된 탄소중립 사이의 문제다. 후자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정한 기후협약 이후 10년이 채 안 된 레거시가 있다. 전 세계 정상들이 한마음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과 영향을 중대한 정도로 줄이기 위해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씨 이내로 막자는 약속을 했다.


두 가치 충돌은 아쉽게도 매우 전자에 치우쳤다. 선수들 컨디션, 신기록 달성의 짜릿함, 이를 위해 100% 만족에 가 닿는 의식주를 갖추는 것들이 당연지사여야 한다. 그러나 또 다른 분명한 사실은 올림픽이란 글로벌 축제는 인류가 기후위기로 인한 지속가능함을 잃어버리지 않았을 때만 가능하다. 세계기상특성(WWA)은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파리 올림픽 기온이 지금보다 3도는 낮았을 것이라 발표했다. 최근 들어 세계 각지의 이상기후로 스포츠의 위기를 논하기 시작했으며 기후학자들은 이대로라면 올림픽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50년 이후 올림픽이 없어지면, 지금 2024년 등장할 수많은 올림픽 영웅담, 인간 한계를 깨뜨리는 신기록들 역시 아무 의미 없어진다.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고자 했던 파리 올림픽이 비판론이 있었지만, 경탄을 자아내는 장면은 여전히 매 순간 나오고 있으며, 베테랑들은 진면목을 선보이는 한편 여러 샛별들도 이 무대를 발판 삼아 빛을 드러내고 있다. 파리 올림픽과 파리 협약이 지향하는 가치는 충돌되지 않는다.


올림픽이 인간 한계에 대한 도전이듯 기후위기를 막고자 하는 거대한 꿈은 자그마한 노력부터 큼직한 실천이 모두 요구된다. 올림픽과 기후위기 대응은 서로 다른 형태의 도전이며, 두 가치가 모두 지속가능할 때야만, 두 가치는 서로 평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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