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따로 나와 우체국으로 향했다. 과학잡지를 받을 친구의 주소를 또박또박 쓰고 소포를 부친 후 근처에서 여유롭게 에그번을 먹는, 별다를 것 없는 평일의 점심시간이었다. 하지만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매장의 문을 나서는 순간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마치 해외에 있는 느낌이랄까. 말도 안 되지만 어느 더운 나라에 뚝 떨어진 이방인이 된 기분이었다. 흐린 구름 사이로 밝은 빛이 내리쬐는 날씨 때문인지, 부쩍 더워진 바람의 공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짧은 10분 동안 나는 분명히 낯선 나라의 골목을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실로 기분 좋은 착각. 늘상 다니던 길을 오감이 새롭게 받아들이는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