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처음으로 패디큐어를 했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불쑥 샵에 들어가 반짝반짝 빛나고 귀여운 -평소에 좋아하지도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색을 골랐다. 큐티클 제거가 시작되자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무서워 발가락에 힘을 주고 움찔거렸다. 생각해보니 나 스물여덟 살인데. 주삿바늘로 피 뽑는 건 아무렇지도 않으면서 이런 걸 무서워한다는 게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아무튼 벌벌 떠는 사이 발톱은 깔끔하게 다듬어졌고 곧 알록달록한 색으로 뒤덮였다.
20분쯤 지났을까. 다 끝났다는 직원분의 말에 TV를 보던 고개를 내려 두 발을 바라보았다. 관리를 받는 동안 가려져있던 패디큐어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 예쁘다. 귀찮고 비싸다는 이유로 패디큐어를 하지 않은 과거의 내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다른 사람의 손에 만져진 발은 예뻤다. 앞으로는 조금 더 이런 시간을 늘려야지. 나를 보듬어주는 시간들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