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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칠일 Jan 18. 2022

괜찮다고 말해도 괜찮아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나는 쉬는 것을 왜 그렇게 불안해하고 못 견뎠었는지. 쉰다는 행위에 일종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것도 안 한 날이면 어김없이 반성의 시간을 가지다 잠들었던 것 같다. 내일은 더 열심히 해야지. 이렇게 나태하게 하루를 보내지 말아야지- 라고 되뇌며 오늘을 폄하했다. 그럴 필요 없었는데.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쉬면 되는 거였는데.

남들보다 빨리 달리는 것만이 젊음의 이유라고 생각했던 20대 초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쉬면 안 된다고 생각해 주저앉는 체력을 억지로 일으켜 채찍질했다. 안타깝지만 그땐 몸이 보내는 신호를 듣지 않았다.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티다 보니 남은 건 눈에 띄게 허약해진 몸과 상처 입은 마음뿐이었다.


휴식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은 요즘, 쉬고 싶으면 쉰다. 이래도 되는 걸까 두려운 마음이 엄습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지금까지 이뤄 놓은 크고 작은 것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 놓쳐버린 것들도. 생각의 끝에 다다르면 오래 전의 내가 서 있다. 그 아이는 바쁜 하루에 지쳤음에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고 있다. 바싹 말라버린 어깨에 손을 올리고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말한다. 불안해하지 마. 쉬어가도 괜찮아.


오늘은 일찍이 퇴근하고 집에 가서 푹 쉬련다. 비가 오니까. 그래도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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