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새로운 시대정신, 공유

더 공유할수록, 더 신뢰받는 새로운 세상이 온다.


백종원은 사실 대중이 흠 잡을만한 구석이 무척 많은 사람이죠. 어떤 면이 그렇냐고요? 일단 돈이 많습니다. 나이도 많죠.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에게 호통도 많이 치고 짜증도 냅니다. 심지어 나이 어린 연예인과 결혼했죠. 하지만 그는 거의 욕을 먹지 않는 수준입니다. 성인 군자도 연예인을 한다고 하면 악플과 과거사 폭로가 달리는 시대인데도 말이죠. 물론 그가 여전히 핫한 대상인가는 시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욕을 먹어도 한참 먹을 타이밍을 지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물론 백종원은 무척 명민한 사람입니다. 그에 대해 꽤 많은 사람들이 걸고 넘어졌었던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는 말의 무게를 잘 알고, 항상 조심히 말을 하는 사람이었죠. 하지만 단순히 현상에 대한 대응만을 말하기에는, 그에 대한 지지 기반이 견고한 편입니다.


 

저는 그의 실마리를 공유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종원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 참 좋아하는 채널 중의 하나가 바로 '백종원의 장사이야기'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요식업을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만,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는 단순히 요식업의 범주를 떠나, 어떤 사업을 할 때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무척 지키기 어려운 이야기를 기반으로 깔고 있었기에 요식업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심지어 헬스를 하면서도 배경음으로 틀어 놓을 정도로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Q. 너무 가게가 작아서 대기 줄도 길고 불만이 많아서 큰 곳으로 확장했는데 너무 장사가 안 됩니다. 기존 레시피와 완전히 동일하고, 주방 기구들도 다 가져 왔는데 뭐가 문제일까요? 


뭐라고 답했을까요? 


A. 줄을 안 서쥬? 그러면 고객들은 기다리다가 먹는 맛을 잃어버립니다. 사람들이 막 와글와글 기다리고, 언제 빠지나 앞을 둘러보고, 다른 사람들이 이 집 맛에 대해서 이러저러 한 이야기를 미리 듣는 것도 없어지고, 들어가 보니 뭐 예전과는 다르게 그래도 빈 자리도 얼른 얼른 나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맛이 없다고 느끼는 거예유. 맛이라는 게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그런 경험을 종합적으로 포함해서 느끼게 됩니다.  


제가 이걸 다시 보고 쓰는 것도 아니고, 워낙 인상적이어서 다 기억을 할 정도입니다. 또 묻습니다. 


Q. 그럼 어떻게 하죠? 다시 좁은 데로 가야 하나요? 그럴 순 없는데 ㅠㅠ

 

A. 옮길 순 없쥬. 그러면 지금 가게에서 테이블을 그냥 몇 개 빼세요. 기존 테이블 수에서 조금 늘어난 정도로 맞추고, 다시 사람들을 기다리게 만드세요. 테이블 뺀 자리는 칸막이나 식물 같은 걸 놓으면 눈치 못 챌 거예유. 


어떻습니까? 현상에 대한 파악, 해결책까지 완벽하죠? Problem solving의 답안과도 같은 케이스입니다. 이런 케이스가 무궁무진하게 유튜브에 올라옵니다. 점주와의 이런 대화를 모아서 편집해서 자막 달아서 유튜브에 올린다. 이거 보통 리소스가 아닙니다. 이런 '비기'를 보통의 컨설턴트는 몰래 머릿속에 담아 뒀다가 사업자들에게 몇 백씩 프로젝트피를 받으면서 판매합니다. 그게 나쁘단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이었죠. 하지만 지금의 시대정신과는 점점 멀어지는 꼴입니다. 


내가 아는 것을 공유하라. 요즘의 주요한 시대정신(zeitgeist) 중의 하나입니다. 옛날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전에는 내 노하우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들은 곧 나의 경쟁 기업이었습니다. 내가 왜 도와주지? 라는 말로 비밀을 숨기기에 바빴습니다.  


모든 지식에 통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도체 기술 같은 걸 베껴서 공유하란 뜻이 아닙니다. 10년 수출 금지 같은 결과를 초래하니까요. 하지만 그런 특수한 기술적 노하우 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는 대부분 나만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그 해결책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찾아 헤매죠. 그 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주려면? 가장 쉽고 가장 명확하게 노하우를 정리하고, 그걸 대중과 공유해야 합니다. 더 많이 공유할 수록, 더 많이 신뢰받습니다. 제가 최근에 일하려고 시도했던 분과 바로 손절한 이유는 그 분이 '선수' 몇 명을 알고 있다고 했던 말이었습니다. 요즘은 나만 아는 '선수' 몇 명이 성공 케이스를 만들지 않습니다. 


왜 공유가 신뢰를 부르는가? 공유할 수 있을 정도의 노하우를 쌓으려면, 그 사람이 매일 그냥 같은 일을 해서 익숙해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매일 일을 하면서, 카테고리를 구분하고,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자신의 노하우가 다른 분야에도 통용되는지 적용해 보면서 일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어떠한 형태로든 기록하고, 공유하죠. 그런 노력이 있는 이와 없는 이,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를 시장에서 같이 대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불공평한 처사입니다. 회사 블로그나 유튜브가 망가진 회사에 당신은 신뢰를 보낼 수 있습니까? 


공유를 만들어 내는 것은 비단 추천을 받거나 신뢰를 얻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공유는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냅니다. '소셜 스튜디오'라는 서비스를 매우 비싼 값을 주고 사용하는 고객사가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와 소셜 피드 데이터를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는 툴이죠. 비록 로컬라이징이 안 되어서 내부 팀은 무척 짜증을 내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각 국 로컬 시장에서 쓰고 있으니 점점 개선되고, 더 나아질 겁니다. 소셜 스튜디오 서비스는 '세일즈포스'가 개발한 솔루션입니다. '세일즈포스'는 기본적으로 이런 스탠스입니다. 자기네가 돈과 시간을 들여서 만든 마케팅솔루션을 직접 쓰지 않고, 그 솔루션을 남들에게도 판매합니다. 심지어 자신들의 기술 소스도 남들에게 공유합니다. 스타트업들이 소셜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그럼 우리가 도와줄테니 이 서비스 한 번 써봐. 골치 아픈 기술들은 내가 다 만들어 놨어. 이렇게 말이죠. 착해서일까요? 그럴 리가요.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세일즈포스는 한 발 더 나아가, 공개한 기술 소스를 바탕으로 개별 디벨로퍼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원하는 대로 올려둘 수 있게 합니다. 플랫폼이 되는 거죠. 구글 플레이가 그렇듯, 앱스토어가 그렇듯 말입니다. 세일즈포스 플랫폼에는 모바일, 앱익스체인지, 보안, 분석 등 총 12개 카테고리의 수천개의 서비스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개발사들이 등록해 둔 거죠. 세일즈포스는 수많은 기업이 원하는 플랫폼 홀더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기업들이 매달 막대한 돈을 내고 사용하고 싶어하는 서비스들이 그득한(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비용과 리소스 절감인) 플랫폼이죠.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공유해서,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강요'하는 것이 요즘의 분위기입니다. 외부 공유가 목적인 유닛은 그래서 어떤 조직이든 필요합니다. 길게 보면 단순한 회사소개서뿐만 아니라, 강점을 보유한 큰 영역과 그 세부 영역에 대한 기록과 경험을 공유하는 상세한 글들이 고객들이 우리에게 의심 없이 프로젝트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작가의 이전글 거저 얻어지는 권위의 자리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