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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l 04. 2023

잊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나 너의 결혼식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사실 엄청나게 고민했어. 몇 달 전부터 고민하던 나는 가야 한다는 마음과 못 가겠다는 마음 사이에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고 그걸 못 이겨 마포대교로 향했어. 너도 알다시피 그 친구와 내가 사이가 멀어진 이후 내가 너희 모두를 피했잖아. 그 당시에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 그 친구와 나는 친구가 초, 중, 고, 대학교까지 대부분 겹쳐서 이간질도 편 나누기도 하고 싶지 않았어. 그냥 아무 말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지 않았어.


잘못했다고 생각하거나 느끼진 않았지만 관계를 지키고 싶어서 다 잘못했다고 했어. 근데 이미 날 안 볼 생각이더라구. 혹시나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이지는 않을까 했어. 근데 아니더라. 결론적으로 나는 나를 혼자로 만들었어. 나는 혼자였고 혼자일거야.


고등학생이 되고 친해진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네 동네에 학원이 많았고 엄마를 조르고 졸라 그 동네의 수학 학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그 친구도 그 학원에 다녔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내가 학원에 가기 전 저녁밥을 해결하기 마땅치 않다는 걸 아시고는 나에게 친구와 함께 밥을 먹고 학원에 가라고 집에 초대해 주셨다. 아직까지도 너무 감사한 게, 한 번일 줄 알았던 그 초대는 한 번에서 그치지 않았고 나는 그 집에서 2년 동안 학원에 가는 날엔 거의 매번 밥을 먹게 됐다. 나중에는 그 친구의 아버지와 동생과도 가까워져 무슨 한 가족처럼 다 같이 밥을 먹었다.


소중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친구였어. 우리는 홍콩이라는 낯선 땅에서 같은 대학에 진학했고 따로 자취를 했지만 내가 내 집에 없어도 그 친구는 내 집에 있었어. 집에 가면 그 친구가 있었어. 항상 밥을 같이 먹었어. 어디든 함께였고 무엇이든 함께 했고 모든 걸 함께 나눴고 같이 웃고 같이 울었어.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 봐. 다른 친구가 그러더라고. 이미 일어났고 지나간 일, 잊으라고. 맞아. 잊어야지. 이제야 좀 잊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모르는 사람이 되어있더라.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내가 옳은 선택을 해서 다행이야. 가야 한다는 마음과 못 가겠다는 마음 사이에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지만 그 친구만큼 소중한 친구인 너의 결혼식에 초대받을 수 있었던 것도 참석할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해. 그렇게 너에게 집중했더니 복잡한 마음은 좀 내려놓아지더라. 너 그날 진짜 이뻤어. 집에 와서 울기도 울었지만 너의 인생에 한 번뿐인 날이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너는 그렇게 못 보게 된 친구들 중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친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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