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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꾸꾸 Jun 02. 2024

해파랑길 38

바다길이 전부가 아냐! 여름 내륙 소나무숲길의 놀라운 매력

2024.6.1.(토)

구름 낀 하늘, 걷는 동안 내내 비


해파랑길은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라 좋았다. 여름으로 갈수록 태양아래 그늘 없는 아스팔트길 구간이 힘들어 진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동해바다 때문에" 질리지도, 지루하지도 않게 50길~39길까지 이어오고 있다.


하필 안목, 사천진 해변까지 이어지는 바다 옆으로 길게 이어지는 황홀했던 소나무 숲길로 기억되는 39,40코스 다음에 만나는 길이 내륙으로 이어지는  38,37길이다. 실망 섞인 감정이 들었다. 의무는 아니지만 건너뛰려니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하여 그냥 걷기로 한다. 별다른 기대감 없이 집을 나서는데 비까지 온다.

걷기의 시작 굴산신지 인근 바해파랑 쉼터

굴산사지를 지나 하천길 따라


툭툭 떨어지던 비가 버스에서 내리니 맹렬하게 쏟아다. 걸을 때는 우산이 번거로워 우비를 꺼내 입고 출발했다. 밭을 낀 하천 옆으로 이어지는 단정한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어느새 큰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다.

깔끔한 강릉 시골길 풍경

누가 심었는지? 길가에 오래된 뽕나무들이 많다. 나무아래 오디가 수북하게 떨어져 지나는 사람들 때문인지 으깨져서 도로를 까만 얼룩으로 물들이고 있다.

유머 있는 농장풍경들

비 오는 여름날 더욱 빛나던 길


여름에 걷기 좋은 길은 많지 않다. 자외선 걱정과 습도 등 걷지 않을 이유들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 기대 없이 시작했던 38길은 걷는 동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고목은 우거지고 비가 내려서인지 솔향이 짙다. 길가로 산딸기와 오디를 찾는 재미도 있다. 비밀의 정원을 걷는 기분이다. 왜 바닷길을 찾아온 사람들을 굳이 내륙의 산길로 안내하고 싶었는지 절감하며 걷는다. 강릉에서 바다만 보고 가는 사람들이 안타까울만하다.

장현저수지 둘레길로

숲길을 지나 장현저수지 풍경

다시 숲길, 104m라고 얕보지 마 "모산봉"


강릉시장으로 가기 전 주민들이 운동하러 오는 뒷산 모산봉 정상을 지난다. 정상 쪽은 치고 올라가는 경사가 있어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갔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다기보다는 오르내리는 숲 길 풍경이 좋은 산이다. 산길을 내려오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공원 화장실과 운동시설들도 있다.

모산봉 산책로
산길을 나와서 강릉시내쪽으로

6/6~13일 단오제 준비로 한창인 남대천 일대


다음 주 음력 5월 5일에 열리는 단오축제 준비로 남대천 일대가 분주하다. 공원에 조명을 달고, 하천을 따라 공연장과 기와집 모양의 천막 길게 세우고 있다. 행사 중에는 남대천 일대는 사람들로 붐벼 주차가 어려울 정도라고 하니, 한 번쯤 다녀가야겠다.


인근의 중앙시장은 전국에서 온듯한 젊은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케리어를 끌고 북적인다. 시장도 크고 먹거리도 다양해서 골목마다 줄을 서고 손님이 넘친다.


칼국수를 먹고 명물 닭강정을 간식으로 사보았다. 강원도 사투리를 쓰는 친절한 젊은 사장님은 비 오는 날 젖은 우비를 입고 배낭을 멘 일행을 신기하게 보며 인심 좋게 시원한 물을 내어 주신다.


오늘은 비가 와서인지 평소보다 손님이 없는 편이라고 하는데, 강릉이라는 도시는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까지 매력이 넘치는 관광지라는 사실은 틀림없는 듯하다.

단오공원과 행사준비로 한창인 남대천 일대
커피에 진심인 강릉
중앙시장 풍경

18km를 13km로 잘라서 걷다


38길은 대략 18km로 6시간이 예상되는 코스이다. 나는 오늘 중앙시장까지만 걷기로 한다. 핑계를 대자면 비도 오고, 시장에서 먹고 놀 생각이어서, 초반부터 여유 있게 걸었다.


오래간만에 경사진 산길까지 올랐더니 제대로 운동한 기분이다. 그리고, 소나무숲 흙길을 길게 걷고 내려와서 시장으로 향하는 아스팔트길로 들어서니 더 이상 걷고 싶지 않다. 흙길이 이렇게 좋았었나?


사천진해변으로 이동해서 비 오는 바다풍경을 조금 즐기다가 집으로 향했다. 지난번 39, 40길에 이어 강릉에 대한 좋은 추억과 감성이 쌓여간다.

자천진 해변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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