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나를 많이 미워했었다.
한가지 확실한 건,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고 이는 갑질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있었던 것도
나한테 보여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태도에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얘기를 나눠보니 그토록 예민했던 이유는 그가 어떤 사건을 기점으로 나를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길게 적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1. 사수보다 직급이 높은 과장인 A가 나에게 어떤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었다.
(업무와 관련도 없는, 왜 비밀인지도 모를, 아주 사소한,,,)
(A 역시 나의 상사였고, 그 비밀이 내 기준에서는 너무 별 것 아닌 일이어서 상사가 나중에 알아도 "뭐 그럴 수 있지"식으로 넘어갈 줄 알았다)
2. 사수가 나에게 그 일과 관련하여 질문을 했을 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사수에게 대답했다.
3. 하지만 돌아돌아 A의 비밀과 내가 그걸 알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된 사수는 "얘는 내 편이 아니구나"라고 느꼈고
- 비밀을 지켜달라고 한 사람과 한통속이 되어 언젠가 나를 떠나겠구나.
- 나를 건너뛰고 나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과 함께 나에게 비밀을 만드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고 한다.
4. 나에게 왜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는지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 그 일로 나를 추궁하면 내가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A에게 고자질 할까봐 나에게 얘기하지 못했다고 한다.
5. 또 종종 과장 A가 실수로 업무 관련 메일을 사수를 제외하고 나에게만 참조하거나 하는 실수를 하거나 하면, 오해의 불씨는 나에 대한 일방적인 의심과 불신으로 커진 것이다.
그런 오해와 감정들이 쌓여 자기도 모르게
나는 내 상사인 그에게 진실을 말해야 할 필요성도 있지만, 그렇다고 나의 또 다른 상사인 A가 비밀로 지켜줬으면 하는 것을 내 선에서 이유없이 밝혀 긁어부스럼을 만들 이유도 없었다.
내가 연관되어 있는 일이 아닌데 그냥 나는 ground밖의 사람으로 남는게 맞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궁금했으면 A에게 따져야 하고, 비밀을 만들라고 지시한 A에게 화가 났어야지
업무를 통해 나에게 신경질적으로 복수하는 것은 누가 봐도 옳지 않은 일이지 않은가.
나는 적극적으로 얘기했다.
"물론 제가 모른다고 얘기한 것은 맞지만, 저는 그 상황에 잠시 비밀로 지켜달라고 하는 그 이야기를 제가 나서서 밝혀야 할 이유 또한 없습니다.이 일로 상사님이 그렇게 서운해 하실 줄은 더더욱 몰랐고요.그리고 저는 이 일외에 따로 A와 비밀리에 소통한다거나, 상사님을 건너뛰고 얘기한다거나 하는 일이 전혀 없습니다, 믿지 않으신다고 해도 방법은 없지만, 저는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뒤에서 그 상사의 흉을 본다거나, 따로 그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며 그를 소외 시킨다거나 한 적이 가슴에 손을 얹고 단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나의 진실함을 느꼈는지 그도 서서히 마음이 풀리는 듯 했고,
이야기의 마무리를 확실하게 짓고 섭섭했던 감정의 편린을 확실히 정리하기 위해
……?
-3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