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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Mar 31. 2024

결혼을 재촉하지 말라네요1.0

어떤 결정 앞에 선 여자들에게 

친구,나의 남자친구, 나 이렇게 셋이 우연한 기회로 밥을 먹게 되었다.

또 우연히(사실 왜 나왔는지 기억이 안남) 결혼 이야기가 나오고 남자친구에게 아무 생각없이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갑자기 친구가 나를 향해 손을 휙휙 저으며 말했다.이런 캐쥬얼한 자리에서 이렇게 무거운 질문을 하는 친구가 송구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친구 “야~재촉하지마”

나 : 

출처 : Pinterest

?????

재…촉….이요?


대개 그 표정과 말과 제스처의 의미는

“여자로서, 남자가 느끼한 멜로눈깔을 장착하고 번쩍이는 반지를 내밀며 프로포즈 할 때를 기다리거나, 남자가 적극적으로 결혼을 추진할 때 못이기는척 따라가야지 어디 여자가 상스럽게 전집에서 막걸리를 들이키며 그런 성스러운 질문을 하늬, 남자친구가 너무 부담스러워하겠어 야~”

이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출처: 핀터레스트

한마디로 정말 벙쪘다(브런치에 이런 말 써도 되나?_?).

출처 : 무한도전


물론 결혼을 할건지 말건지, 나와 하고 싶은지 아닌지에 대한 질문은 그래, 뭐 언젠가 남자친구와 독대하여 논의 하겠지만, 그 술자리에서는 정말 결혼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여러 여건상 결혼은 아직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결혼은 빠르게 할 수록 좋다고 생각하는지 등등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이다.


결혼 얘기 잘못했다가는 결혼으로 남자 재촉해서 잡아먹는 여자로 보일까봐 그 이후로 결혼에 대한 이야기 앞에서 몸을 살짝 움츠러 들게 된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도 누군가는 생뚱맞은 의도로 받아들여 우리의 연애 상태를 함부로 재단하거나 하는게 싫었다(정확히는 나의 의도를 설명하기 귀찮았,,,).


그래서 지인들과 결혼이야기를 하고 싶어 입이 근질 거릴때는 밥상머리 정중앙으로 그 화두를 끌어와, 나는 전혀 누군가를 나와 결혼하도록 재촉할 생각이 없으며 그렇게 결혼을 빨리 할 마음도 없다는 점을 쩌렁쩌렁 얘기하여 주파수를 비슷하게 맞추고 나서야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근데 말이야…이런걸 현타라고 하나…


아니 결혼은 남자만 하는 것도 아닌데, "20대 중후반의+ 남자친구가 아직 결혼이야기를 진지하게 하지 않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서서히 결혼 앞에서 남자에게 납작 엎드릴 준비를 해야 한다는듯이 나를 대하는 (아주 극소수였지만) 시선이 너무 꼴사나웠다.


나한테는 이게 극소수 지인에게서만 들려오는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나의 다른 지인들은 매일 받는 따가운 눈총이자 조언을 가장한 주위의 독촉이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가장 짜증나는건 뭐니뭐니 해도, 머지않아 30대가 되어,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지금처럼 당당하게 “내가 알아서 할게! 뭔상관이야?!어이가 없네 정말” 하며 분노할 자신이 솔직히 없기 때문이다.(하...)


“네 나이 서른 넘었는데 이제 슬슬 가야지, 남자친구는 프로포즈 안해?”라는 얘기에

“지금 헤어지면 오랫동안 남자친구 못 만날 수도 있어”라는 얘기에

“아무나 만나, 너 눈 높이면 시집 못가 ”라는 얘기에

허리 꼿꼿이 펴고 대항할 자신?없진 않다. 그러나 있는 지도 모르겠단 말이다.

출처 : 핀터레스트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다른 애들 정신 못차릴 때 빨리 남자 하나 콱! 잡아서 시집가자고?

이제라도 알았으니 빨리 남자친구를 독촉해서 결혼이나 "받아내자고"?

그런 얘기나 쓸거였으면 이렇게 기분 나빠한게 너무 아깝잖아.


내면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내 바램은 하나다.

세상이 희한한 소리로 잣대로 평가하기 시작해도 이까짓거에 기죽지 않고 좀 재미있게 살고 싶다.

그리고 나와 같은 고민을 누군가 하게 된다면 그리 기죽을 것 없다는 걸 내 인생, 그리고 이 철학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증명하고 싶다.


하지만 마음속 더 깊은 곳에서는 그 난잡한 세상의 소리들을 꺼버릴 자신이 아직 완전히 없는 것 같으니 서른을 조금 앞둔 지금, 나이, 결혼, 사랑,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철학을 한번 정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 조금씩 글을 끄적여본다.

출처 네이버 - 너, 내 도도돋도ㅗㄱ

이걸 보는 그대, 너 내 동료가 돼라.

더 밝고 시원한 결론이 있는 곳으로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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