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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기 May 18. 2022

MBTI라는 갑옷을 입고

불리할때는 MBTI에 기대는 게 쵝오, MBTI논란 종결 지어보자!

  한발 느린 이슈, 저는 어떤 주제나 이슈가 나왔을 때 충분히 고찰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슈를 한발자국 뒤에서 지켜보고 생각해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한참동안 MBTI라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사람들이 MBTI를 대하는 태도를 몇가지 알게 됐습니다. 오늘은 MBTI에 대해 제 생각을 이야기 해볼게요.




MBTI는 질적으로 별자리와 혈액형과는 다르다


  간혹 MBTI를 별자리나 혈액형의 심리학 정도로 취급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개념적으로 다릅니다. 혈액형과 별자리 같은 경우는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기본적으로 갖춰진 조건을 토대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별자리의 경우는 태어난 기간에 따라 한 집단으로 보고 같은 성격 심리 유형으로 묶어놓았으니 오류가 상당히 심하겠죠. 

  하지만 MBTI는 '당신은 이런 사람입니까?' 라는 질문에 예/아니오 로 선택을 하면서 나에 대해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별자리와 혈액형과는 차원이 다른 심리파악법이죠. '내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내가 직접 이야기 한 것이나 다름이 없죠.

  그래서 MBTI는 완벽할 순 없지만 나에 대해 판단하기에, 그리고 상대의 MBTI로 얼추 상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오차에 대한 허용 여지가 있기 때문에 업데이트 또한 가능합니다. "나 예전엔 'E'였는데 요즘은 'I'로 바뀌었어"처럼 말이죠. 그래서 16개의 결과로만 사람을 판단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판단한다기 보다는 현재 그 사람의 상태를 판단한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MBTI가 그럼에도 맹신할 수 없는 이유


  내가 나에 대해 판단하고 선택한 답지를 종합해서 16가지의 성격유형으로 진단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과연 내 선택이 정말 맞는 선택이었을까요? 테스트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선택할 때 '이 정도가 맞나?'라면서 선택을 단번에 할 수 없습니다. 머뭇머뭇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밖에 없죠.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자아성찰의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내 선택에 오류가 있었다면 결과도 분명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결과를 맹신할 수는 없습니다. 




MBTI의 사고 관점을 반대로 봐야한다  


  우리는 MBTI로 우리의 틀을 만들어버리는 것으로 방향이 형성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나는 이런 유형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이야'라는 사고에서 머무르면 안됩니다. 내가 어떤 유형인지 파악이 되었다면 그 유형이 나에게 유리한지, 내가 원하는 유형인지, 원하지 않는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의 성격유형을 바꿀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지 판단 당하지 마세요.




MBTI라는 갑옷


  'MBTI과몰입'의 상태로 빠져드는 분들이 있죠. 어떠한 상황상황마다 MBTI의 초점으로 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이 과몰입과 사고의 관점을 반대로 보는 것까지 합쳐지면 MBTI에 매몰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무언가 잘못되면 기승전MBTI탓을 하는거죠. '나는 I 라서 이런 말 잘 못해', '나는 F라서 감정적일수 밖에 없어' 등 좋은 핑계거리로 활용됩니다. 이럴 때 쓰라고 만든 건 아닐텐데...


  해야할 말이 있는데 그럴 자신이 없다면 내가 I여서 못할 수 밖에 없다고 체념할 게 아니라, 그러면 '이 말을 하려면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있는데 감정에 쏠려서 일을 그르치고 있다면 내가 F여서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나를 셀프 위로하고 합리화 할 게 아니라 이성을 부여잡고 해결을 할 수 있게 노력을 해야 합니다.


  당신이 감정적이여서 주변에서 어느정도 이해해줄 순 있지만 내가 내 감정으로 일을 망치고 있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떠들 일은 아닙니다.




MBTI의 적절한 활용은?


  각각의 요소를 내가 추구해야할 지표로 사용을 해야겠죠. 저는 ENTP입니다. 저는 사실 제 MBTI유형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MBTI 측면에선 딱히 고치고 싶은 부분은 없습니다. 한가지 있다면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부분,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인지하곤 있지만 제 입장에선 공감해 줄 이유가 없는 상황들이 대부분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은영 쌤의 말씀 중에서 '감정은 그 사람만의 것'이라는 부분에서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싶었지만 사줄 수 없는 상황에서 부모는 먼저 '장난감을 가지지 못해서 서운하고 속상하구나'라며 먼저 감정에 대해 인정해주고 공감해주는 단계 후에 '그렇지만 오늘 OO가 가지고 싶은 것들을 너무 많이 사줬기 때문에 속상해도 엄마는 더 사줄 수가 없어'라며 이유를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부모가 아이를 혼낼 때 '오늘 네가 갖고 싶은거 많이 샀잖아. 네가 속상할 일 아니야 엄마 못사줘 여기서 울지마'라며 마치 그런 감정을 가지면 안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태도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말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예전에 저라는 사람은 '네 할일인데 일이 많든 적든 해야될 거 아니야. 여기 다른 사람들 다 같이 일하고 있는데 짜증난다고 그렇게 물건 집어던져가면서 일할거야? 기분 좋게 일 안해?'라고 했다면, 이제는 '오늘 업무가 많아서 힘들고 짜증나는 건 나도 이해해 나도 오늘은 좀 힘드네. 그래도 우리 역할이니까 마무리까지 잘 해보자. 그리고 여기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데 그렇게 감정 드러내는 건 예의가 없는 행동이야 그 점은 조심해야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끔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MBTI로 나에 대한 성격유형 분석이 되었다면 내가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수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내 MBTI가 이렇기 때문에 나는 이런 사람일 수 밖에 없다며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MBTI에 몰입해서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까지는 좋지만 너무 매몰되어서 일상에서 나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동은 피해야겠죠. MBTI에 기대서 스스로를 프레임에 가둔다면 별자리와 혈액형의 프레임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더 나은 '나 자신'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더 유심히 고찰해보고, 더 유심히 스스로를 바라보세요. 우리 모두 자아성찰을 이룰 수 있게 더 많은 노력을 합시다. 


  이것으로 MBTI의 고찰은 종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자유로운 토론을 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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