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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기 Mar 12. 2023

와인 사러 갈 때 이런 말 하면 호구..와인 고르는 법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와인 고르는 법




  와인을 고르기 어려운 이유가 뭘까요?라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대답은 이겁니다.


  '모르니까, 그리고 실패할 것 같아서'







  맞습니다. 와인 좋은 거 산다고 하면 못해도 2만 원에서 5만 원 사이 일 텐데 내 입맛에 안 맞으면 돈이 너무 아까우니 선뜻 집어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편의점의 그 저렴한 와인을 마시고 싶진 않고... 그래서 좋은 와인샵에 가서 추천을 요구하지만 원하는 와인을 추천해 줄지도 의문입니다.


  와인을 사러 오실 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아, 제가 와인은 좋아하는 데 와인을 잘 몰라서요'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와인을 추천해 주는 사람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에요. 이러 분들께 성심성의껏 추천해 드려도 입맛과 취향에 맞지 않으면 ‘호구당한 건강?’싶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튜브나 구글링을 해서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와인 고르는 법'이란 걸 찾아보게 되죠. 그리고 그 조언은 일절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애초에 단어나 말 자체가 어렵고, 아무리 설명해 줘도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설명을 듣긴 듣는데 뭔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영상을 찾아서 들어봐도 전문가들의 언어로 설명을 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취향이 너무나 많이 반영된 영상뿐이어서 보더라도 더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죠.


  와인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과 이제 막 '취미'로 시작한 사람들은 갭차이가 너무 큽니다. 취미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 딥 Deep 하게 알고 싶은 게 아닌데 탄닌이나 바디감, 당도, 떼루아, 일조량, 오크 숙성 등의 섬세한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너무 쉽게 요구합니다. 이건 와인을 '취미'로 시작한 사람들이 아니라 소믈리에 전문가 과정의 초급반을 위한 설명입니다. 그리고 그런 맛에 대한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설명하는 건, 예를 들어 탄닌감에 대해서 설명을 해줘도 탄닌감에 대한 경험이 많은 사람과 경험이 적은 사람의 스펙트럼이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탄닌감이 세다'라는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키워드를 수집하자!


  와인에 키워드의 개념을 도입하는 건 제가 최초일 겁니다. 하지만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카테고리나 분류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어서 키워드라는 개념을 쓰고자 합니다. 제가 말하는 와인의 키워드란 특정 지역과 특정 포도품종, 특정 와인 등을 조합해서 만들어 낸 분류를 말합니다.


  와인에는 어떤 키워드가 있을까요?


  우선 가장 쉬운 게 특징 지역과 그 지역에서 유명한 포도품종을 엮은 키워드입니다.


국가별로 보면


- 뉴질랜드 소비뇽블랑

- 아르헨티나 말벡

- 남프랑스 까리냥

- 호주의 쉬라즈

- 남아프리카 공화국 피노타쥐

- 미국의 까베르네 소비뇽

- 스페인의 템프라니요

- 이탈리아 산지오베제


등이 있습니다.

지역을 더 세부적으로 보면


- 말보로 소비뇽블랑(뉴질랜드)

- 센트럴 오타고 피노누아(뉴질랜드)

-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이탈리아)

- 캘리포니아 샤도네이(미국)

- 리오하 템프라니요(스페인)

- 브루고뉴 피노누아(프랑스)

- 모젤 리슬링(독일)


등이 있습니다.


아니면 특정 카테고리 자체의 키워드가 있겠죠.


- 샤블리

- 바롤로

- 보르도 블랜딩

- 끼안띠

- 비뉴 베르데

- 프로세코

- 샴페인

- 화이트 진판델

- 돌체토 달바


등이 있습니다.


  지금 말씀드린 키워드들은 극히 일부입니다. 그럼 이 많은 와인에 대한 키워드를 전부 알고, 전부 외우고 마셔야 하느냐? 아닙니다. 내가 마셨던 와인 중 맛있었던 와인의 이름이 아니라 와인의 키워드를 수집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호주의 쉬라즈를 대접했는데 그 맛이 내 취향이다 싶으면 그 키워드를 외우는 겁니다. 그리고 그 키워드에 해당하는 다른 와인들을 사서 마셔보는 거죠. 그럼 그 키워드의 감이 어느 정도 올 겁니다.


  어느 날은 캘리포니아의 샤도네이를 마셔보고, 어느 날은 같은 샤도네이 품종인 프랑스의 샤블리도 마셔보고, 이렇게 경험했던 키워드들을 하나 둘 모아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좋아하는 와인들이 자연스레 굉장히 많아질 겁니다. 그리고 호주의 쉬라즈를 마셔봤으면 다음엔 호주에 다른 품종 중 어떤 게 있는지 또 마셔보고, 아니면 쉬라즈라는 품종을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선 어떻게 만드는지 나라별로도 경험해 보고, 빅토리아주와 아들레이드 힐, 멕라렌 강을 끼고 있는 서호주 이렇게 세부지역으론 어떤 차이가 있는지 경험해 보는 겁니다.







  키워드를 알면 추천받기도 굉장히 편합니다. 와인샵에 가서 '뉴질랜드 소비뇽블랑 추천해 주세요'라고 하면 가게 입장에서도 추천해 줄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좁아지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와인을 더 잘 추천해 줄 수가 있습니다. 가게 가서 '단거 있어요?', '레드와인 좋은 거 뭐 있어요?', '저 드라이한 레드와인 추천해 주세요'(참고로 대부분의 레드와인은 다 드라이합니다)라고 추천을 요구하면 정말 난해합니다.


  좋은 와인이 있을 때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그 와인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요. 초보자분들의 실수 아닌 실수 중 하나가 그 와인을 통째로 외워버리는 겁니다. 샵마다 레스토랑마다 모든 와인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서 그렇게 사진을 찍어둔다고 해도 그저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키워드를 알면 꼭 그 와인이 없더라도 그와 비슷한 스타일의 와인을 가져올 수 있는 거죠. 내가 간 레스토랑에 '부샤르 뻬레 에 피스, 부르고뉴 피노누아'는 없을 수 있지만 '부르고뉴 피노누아'가 있을 가능성이 더 많겠죠.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지역의 피노누아라도 있을 수 있겠죠.









  단어 두 개 정도 붙여서 말하는 키워드라는 건 정말 어렵지 않은 개념이죠. 그 키워드의 느낌과 기분정도만을 알면 됩니다. 저희가 소주 만드는 방법을 모르듯이 소주에 대한 역사나 개념에 대해 모르듯이 와인을 마시는 소비자는 그렇게까지 공부하면서 마실 필요 없습니다. 물론 많이 공부할수록 재밌는 게 와인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공부를 하면서 마셔야 한다는 그 고정관념이 와인에 접근할 수 없는 벽을 만들어 버립니다. 와인은 어느 정도 지식을 알고 마셔야 좋다고 한다는 강박이 와인을 주체적으로 즐기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봄날씨에 한강에 앉아서 마시는 그린와인의 싱그러움과 산뜻함이 좋았다는 그 느낌만 알아도 와인을 즐기기에 충분합니다.


  남들이 좋다는 와인에만 매몰되지 말고 주체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찾길 바랍니다. 와인에 대해 쉬운 접근 방향을 오늘 알려드렸으니 나만의 취향을 잘 이해해 보세요. 맛집이든 와인이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걸 굉장히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좋다고 해서 따라서 산 와인은 내 취향이 아닐 수 있고,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맛집에 줄 서서 먹어도 내가 좋아하는 맛이 아닐 수 있습니다. 여러분 주체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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