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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반스토니언 Nov 08. 2024

결혼 후 처음으로 공단 건강검진을 받았다

유학하느라... 십년 만에

결혼하고 십년 만에 첫 건강검진을 받았다. 십년 전, 미국 유학을 나가게 되면서, 미국에서는 자연히 ‘병원 방문 공포증’이 생겨서 병원 근처도 안 가게 되었다. 상상을 초월하게 비싼 의료비 때문이었다. 구급차 한 번 타면 3백만원, 감기로 의사 만나면 10만원, 정신과 의사 만나면 약만 타는데도 25만원… 학생신분으로 학교가 제공하는 보험에 가입하려면 그게 또 일년에 공립이면 420만원, 사립이면 560만원 가량 된다. 유학생이 한달에 35만원~47만원 가량 부담해야 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아마 그것이 미국인이 생각하는 ‘정상건강’의 자본주의적 가치가 아닌가 싶다. 건강관리도 다 자기 책임이라는 것이다.


내친김에 미국에도 우리나라처럼 국가 공단 검진 같은 게 있는지, 비용은 얼마인지 찾아보았다. 일단 우리나라처럼 2년 주기로 국가가 부담해주는 의무 검진은 없다. 그냥 개인이 비용 치뤄서 하는 것이다. 주별로 다른데 내가 있던 일리노이 주는 426달러, 조지아주는 382달러다. 각각 58만원, 52만원 가량이다. 한국에서 이렇게 보험없이 기본검진을 받으면 대략 10~20만원 밖에 안 든다. 그보다 좀 더 자세한 검진을 원하는 경우, 나는 삼십대 초반에 대략 20~30만원 가량 내고 검사를 받았었다.

나는 이번 분기에 마침 눈도 침침해지고, 치아 스케일링도 해야 해서, 안과 치과 검진도 받았다. 당연히 미국의 무보험인 경우가 훨씬 비싸다. 안과는 50~100달러, 치과 딥 클리닝은 150~350달러가 든다. 아 무서운 나라.

건강검진 하는 김에 수면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 검사도 받았다. 미국에선 둘 다 대략 2750달러를 각각 내야 받을 수 있는 검사다. 나는 둘 다 해서 26만원인가 냈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 공동체의 은총이다. 나도 세금을 냈지만, 다른 이들이 낸 세금 덕분에 살게 되었다. '성공회 기도서'의 밤 기도에는 이런 기도문이 나온다. '이 밤에 일하는 이들과 슬피 우는 이들을 기억해주소서. 우리의 삶이 그들의 도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하소서.' 그들이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나도 또 내가 낸 세금으로 누군가를 돕고 있을 터이다.


아직 대장 내시경 할 나이는 아니지만 혹시나 해서 일단 해봤다. 유학 시절 스트레스로 받게 된 치질 수술 때문에 혹시나 대장에 무슨 문제가 더 생기지는 않았을까 해서. 가뜩이나 이제는 주변에 하나 둘씩 대장 내시경 받고 용종 떼어냈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터였다.

많은 사람들이 대장 내시경 준비 과정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역한 냄새가 나는 물을 잔뜩 퍼마시고 밤새 설사를 해야한다는 공포감. 나는 추가비용을 내고 최근에 나왔다는 알약 장 정결제를 시도하게 되었다. 검사 3일 전부터 엄격하게 식단을 조절해야했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그냥 ‘흰 음식’만 먹으라는 식이었다. 검사 전날에는 흰죽에 간장만 멀겋게 먹어 하루 종일 기운 없었다는 후기가 넘쳐났다.

남들은 대장 내시경 하고 나면 살이 빠진다는데 나는 되려 살이 더 쪘다. 왜 그런거죠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에요?! 나는 안내문을 열심히 정독했다. 보니 흰쌀밥에 스팸은 먹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오호라? 전날에는 흰죽만 아니라 카스테라에 흰우유도 된다고? 이거봐라? 그래서 3일전부터 끼니마다 곱디곱게 윤기가 차르르 흐르는 백미밥에 스팸 한 통씩 지져먹었다. 세상 별격이었다.

그리고 검사 전날에는 카스테라 파는 곳을 찾다 지쳐 집에서 그냥 뚜*쥬르에서 노오란 벌꿀 카스테라 케이크 한 줄 배달시켜 우유 한 통과 맛나게 찹찹 먹었다. 포크로 박박 긁어 포장지에 묻은 케이크까지 다 먹었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스포츠음료를 세 통 사다 약과 함께 들이부었다. 다행히 검사는 실패하지 않고 이쁘게 잘 나왔다 찰칵.

만 네 살 아들램이 ‘아빠, 난 맛없는 밥 먹는데 아빤 왜 맛있는 빵 먹어 혼자?’ 그러길래 ‘응~ 너 감기걸려 병원가면 선생님이 귀에 찰칵 사진찍어 들여다보지? 아빤 *꼬 찰칵하러 가는거야~’ 그랬더니 깔깔깔 재밌다며 자지러지게 웃어댄다.

그렇게 너무나 맛나게(?)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담에 또 받아야지~


유학 중간에 잠깐 한국 나왔을 때, 동네 내과에서 위 내시경과 피 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고지혈증에 당뇨 의심 단계라는 경고를 받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번 검사에는 하나도 해당되는 것 없음으로 나오질 않는가. 난 그저 살 뺐다 도로 돌아오고 최대한 스트레스 안 받고 산 것 그것 뿐인데? 검사 결과가 의심될 일이었다. 하지만, 내 피를 그렇게(?) 두 통이나 빼갔는데 설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역시 모든 게 마음 먹기 달린 것인가.

유학때 만난 브라질 출신 영양사였던 친구가 있었다. 내가 유학시절 먹는 게 죄다 라면 냉동만두 이런 것이라 건강이 너무 걱정된다고 푸념했다. 그러자 그 친구가 남미의 따스한 태양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오, 내 친구여, 나는 뭐든지 감사하고 좋은 마음으로 먹어. 너처럼 일일이 칼로리, 영양성분 따지며 먹질 않아. 뭐든 좋은 마음으로 먹는 게 중요한 거야’라고, 남미 노벨상 소설에 나올 거 같은 긍정뿜뿜 조언을 해준 것이 기억이 났다. 그래서 뭘 먹든, 과하지 않게, 그저 좋은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그것 뿐이었다.


건강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그러면서 결론은 맨날 똑같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술 담배 하지 말고, 매일 30분씩 운동하고…’ 그걸 기계처럼 외는 의사도 술 담배 하고 운동 안 할 거다. 커피랑 와인은 몸에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매번 발표되는 연구결과라는 것들이 엎치락 뒤치락.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나는 어지간 해서는 ‘의학 전문 기자’가 쓴 글 아니면 안 읽는다. 그들은 전직이 의사였던 기자들이라 신뢰할 만 하다. 헬스조* 같이, ~하면 큰일 나는 이유! 대박! 충격! 자극적인 연구결과를 자극적으로 전하는 매체도 거른다. 정신건강에 심히 해롭기 때문이다. 유투브에는 의사 가운 입은 사람들의 자극적인 제목 어그로가 넘쳐난다. 그런 것들이 정말 연구결과나 팩트 자체를 이야기한 것일지라도, 그들이 조회수의 노예가 되어 떠외는 정보는 믿지 않는다.

나는 요즘 식스팩을 믿지 않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운동해도 절대로 성취할 수 없는 종류의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스타그램에는 식스팩들이 넘쳐나지? 그들은 오로지 그것만 보여주기 ‘위해서 살기’때문이다. 몸으로, 외모로 먹고 사는 ‘전문가’들이다. 나는 외모전문가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적정 몸무게였을 때도, 내 뱃살을 쥐어잡으며 내 탓을 했다. 그러니 뱃살이란 원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 나는 사람마다 정해진 몸무게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이 주신 체형대로 사는 게 맞지 않겠나. 시세에 휘둘리지 말고 뭐든 내 중심대로 꿋꿋이 사는 것만한 게 없다. 나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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