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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랑 Feb 08. 2024

'여의도 사투리'와 '여의도 문법' (1)

- '언어 빅데이터'와 구조주의적 분석: 새로운 표현의 창발에 관한 단상

언론에서는 '여의도 문법'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언제부터 사용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네이버에서 검색하여 오래된 결과부터 정렬해 보면 2007년 7월 23일 기사가 처음 검색된다.


'여의도 문법'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전에는 '정치적 문법, 정치 문법'과 같은 표현이 사용되고 있었다.


'문법'의 의미인 '규칙' 관련 의소가 정치 영역과 관계를 맺으면서 '정치적 수사 기법' 내지는 '정치적 행동/판단 방식' 정도의 의미로 확장된 예이다. 네이버 검색에서 '여의도 문법'이 2007년 자료에서 검색되고 '정치 문법'은 2002년 자료에서 검색되는 점으로 보아('정치 문법'은 각자 검색해 보시길... 귀차니즘...) '문법'의 의미가 모종의 확장('정치 문법')을 겪은 후에 다른 언어적 표현('여의도 문법')으로 활용하기까지 대략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으로 추리해 볼 수 있다. '여의도'가 '정치 일번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 같은데 그만큼 어떤 언어 표현이 자리를 잡으면 그 변화에 있어서는 보수적이 되는 듯하다.


그런 보수성 때문일까? 생각해 보면 '여의도 문법'에서 '문법' 대신 '사투리'를 사용하는 정도의 변화는 그리 어려운 변용은 아닐 터라 생각됨에도 2023년이 되어서나 등장했다. 두 표현과 관련된 사람과 정치적 상황이 각각 유시민과 한동훈이라는 사실도 우연 중의 우연인 듯하다. 아무튼 '여의도 사투리'라는 표현이 정치/시사 영역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여의도 사투리'에서 '사투리'는 '문법'과는 달리 '특정 집단만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이라는 고유의 의미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문법'이 말이나 행동을 모두 포괄하는 방식으로 의미 확장을 겪었다면 '사투리'는 그렇지 않은 셈이다. '문법'에서 '규칙성(패턴)'의 함의는 '법'과 관련이 있어서 비단 말뿐만이 아닌 행동 패턴으로까지의 의미 확장이 일어났다면 '사투리'는 원래의 의미가 가진 '밀어성, 폐쇄성' 내지는 '배타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로 사용되었다.


'정치 문법'에서 '여의도 문법'이 출현하기까지 5년이 걸린 데 비해 '여의도 문법'에서 '여의도 사투리'가 출현하기까지는 15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계열축 내에서의 변화를 통한 새로운 표현의 창발보다는 통합축에서의 변화를 통한 새로운 표현의 창발에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것일까?


이런 정도 분석이 되면 그 이후에는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활발한 담론을 펼치기에도 좋을 것이다. 정치, 사회, 텍스트 등등... '언어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새로운 연구 영역을 만들어서 이런 연구를 보다 깊이 있게 수행하고 싶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기호학적 해석을 곁들이면 문화인류학적 연구를 교양학으로 가르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분석에 필요한 기법을 일반화해서 앱으로 개발해도 좋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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