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휘부의 구조: 기의 기표는 정말 동전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을까?
재생구간 20초부터 흥미로운 발화 실수가 보인다.
언어학의 기본 중의 기본은 언어 기호에 관한 것이고, 언어 기호는 '기의(signifie)'와 '기표(signifiant)'의 결합이라는 것이며, 기의와 기표는 동면의 양면과 같아서 분리되면 더 이상 기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 사례를 보면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분명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 꼬여버린 것이다. '시도때도 없이'라는 말을 해야 하는데 '시시때때로'가 튀어나와 간섭을 일으켰다. '시도때때로'라고 말하고는 화자 자신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리는데 정작 '시도때도 없이'가 퍼뜩 떠오르지 않는다. 이미 '시시때때로'가 인출되었기 때문이다. 프라이밍 효과로 인해 본래 의도했던 '시도때도 없이'가 잘 떠오르지 않는 듯하다.
언어 기호에 관한 기존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래와 같은 기호 관계가 성립한다.
{기표} - [기의]
{시도때도 없이} - [always]
{시시때때로} - [sometimes / from time to time]
원래 의도했던 표현 '시도때도 없이'와 잘못 산출된 표현 '시시때때로'는 1, 3음절이 일치하고 4음절 모음이 일치하는 음성적 유사성이 있다. '시도때도 없이'와 '시시때때로'는 의미장 내지는 의미 스펙트럼의 부분에 해당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의'와 '기표'의 관계가 위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면 음성적 유사성으로 인해 착각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 동전의 이면에 있는 형태가 금방 인출되었을 것인데, 위 실수 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았다. 발화 실수 사례를 보면 이런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언어 산출 과정의 경우, 의미 부분은 의미대로, 형태(형식, 표현) 부분은 형태대로 별도로 인출하여 매칭시키는 과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기의의 모습에 대해서도 추리해 볼 수 있을 것 같고, 기표의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추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짬을 이용해서 다 쓰자니 시간이 부족하고 생각도 정치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관련 지식이 있는 분들은 답글로 조언 주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