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가서 한국과 가장 다르다고 느낀 것 중에 하나가 횡단보도입니다. 한국에서 횡단보도는 차량이 없을 때 사람이 조심스레 건너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신호가 없는 경우에요. 굳이 따지자면 도로는 차가 우선권을 가지고, 횡단보도는 사람이 잠시 빌려 쓰는 곳이랄까요. 횡단보도에 서 있어도 차가 알아서 서서 지나가라고 해주는 경우는 드문 편이고, 심지어 보행자가 지나갈 수 있게 멈춘 차에 클락션을 울리며 신경질을 내는 경우도 본 적이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정반대였습니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있으면 차들은 ‘거의 반드시’ 멈춰서 사람을 보내줍니다. 심지어 다가오는 것만 보여도 속도를 줄이며 사람을 보내줍니다. 가끔 인식하지 못하고 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면 차도 횡단보도 앞에 서버려서 오히려 차의 통행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가끔 그런 상황에 화를 내는 운전자도 있습니다. 그냥 지나가면 자기도 차를 세우지 않고 속도만 줄였다가 지나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 보행자가 안 건너서 자기도 결국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면서요. 횡단보도는 그렇게 사람이 절대적으로 우선인 지역입니다.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는 다소 있지만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동일합니다.
캐나다 역시 비슷합니다만, 보행자 중심 사고가 유럽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가끔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차가 기다리고 있으면 걸음을 빨리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봅니다. 무의식 중에 보행자가 차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으니 빨리 비켜주어야 한다는 사고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독일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던 상황이라 신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시아인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다른 인종의 사람들도 비슷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정답은 없겠습니다. 도로의 주인은 차량일 수도 있고, 독일처럼 철저하게 보행자 위주로 시스템을 설계할 수도 있고, 캐나다가 균형 잡힌 문화를 가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안전하고 사고가 적게 발생하기만 한다면 뭐든 정답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