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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nrich Dec 31. 2022

투자 그리고 삼성전자

2022년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린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올 초 대부분의 투자 회사나 전문가들이 완만한 상승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죠. Fed의 금리 정책에 대한 태도가 변해버리니 어쩔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예전에 누군가 Fed에 맞서는 투자는 성공할 수 없다고 했었던 것도 같네요.


하지만 지금이 바로 가치 투자의 적기인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이 바닥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다음 상승장에는 지금 주가 수준보다는 더 높아질 것이라 본다면 지금이 투자를 시작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변에서 삼성전자를 추천하시는 분들이 좀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시기의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20009년 하반기 삼성전자는 내부 직원들에게 앞으로 타사 휴대폰은 사내 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규정을 공지했습니다. 당시 저는 수원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일부 LG 전자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만 대부분 삼성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죠. 사실상 당시 한국 출시가 확정적이었던 아이폰의 사내 반입을 금지하는 조치로 여겨졌습니다. 당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그 유명한 전지전능 옴니아2 였습니다.


직원들의 불만과, 아마도 그보단 외부 언론의 비판의 영향으로 결국 이 제도는 시행되지 못했고, 저는 KT에서 출시된 아이폰3Gs를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폰을 들고 다닌 지 1주일 정도 되었을 때 부장님은 아이폰이 뭐가 다른지 좀 보자며 제 폰을 들고 가셔서 한 시간가량 가지고 계셨고, 옴니아에 없는 기능이 대체 뭐가 있길래 그렇게 좋아들 하는 거냐고 묻기도 하셨던 일도 기억나네요. 생각해보면 상무님도 코딱지 돌돌 말던 손가락으로 제 폰을 한참 만지셔서 물티슈로 박박 닦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케이스도 바꿨던 것 같습니다. … 옛날 얘기네요. 그 아이폰 3Gs는 독일을 거쳐 캐나다까지도 가지고 와서 지금도 제 서랍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서랍 정리하다 꺼내봤는데 작고 귀엽더라고요. 솔직히 내부 프로세서만 최신형이 되고, 베젤만 좀 줄일 수 있으면 다시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GOS 논란을 보면서 삼성전자의 문제 해결 방법이 참 변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열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발열 문제가 없는 정도의 성능만 구현해서 제품을 출시하면 벤치마크에서 밀릴 텐데. 그럼 벤치마크 앱에서만 성능 제한을 풀고 그 이외의 경우에는 성능을 제한하자. 발열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는 어려우니까.


아이폰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직원들이 스스로 자사 제품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사 제품 구입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해서 구입을 유도하는 것도 그나마 가까울 수 있겠네요. 발열을 확실하게 잡아서 제품을 출시하거나, 벤치마크 앱에서도 발열이 일어나면 성능을 제한하는 것이 정직한 방법일 것입니다. 정직한 방법이 오랜 노력(과 당장의 손실)을 필요로 하니 편법을 찾는 거겠죠.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삼성전자의 기업 문화는 아직도 이런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제 경험은 지금의 MX 사업부뿐이지만, 투자 대상으로서의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이 매우 중요하죠. 그러다 보니 의문이 들었는데요. 과연 DS 사업부는 MX 사업부와 기업 문화가 많이 다를까요? 만약 두 사업부의 기업 문화가 비슷하다면, 기업 문화와 투자 가치의 상관관계는 어떨까요? 편법으로 일시적인 주가 상승은 만들 수도 있겠지만 혹시 위험한 모래성은 아닐까요?


저는 삼성전자에 투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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