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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B Apr 13. 2023

달리는 마음

올해 첫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가라앉은 몸과 마음을 제대로 쓰는 법을 잊은 지 오래라 꾸준히 달릴 수는 없었다. 10분도 안 되는 시간을 두 번에 나누어 달렸다. 730미터와 550미터를 예전처럼 달렸더니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목표는 매일 조금씩 더 달리는 것이라서 아쉽지만 10분을 채우지 못하고, 1.5km를 채우지 못했다. 그래도 집에서 나오는 데 성공하고 가벼운 산책보다 느슨한 달리기를 선택했으니 목표치를 상향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달리면서 뇌를 자극하는 여러 호르몬이 우울증에 좋다는 결과도 보았지만 오늘 깨달은 것은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 릴스와 다른 현실의 시간성이다. 우리의 주의를 끄는 수많은 영상들은 편집 기술을 통해 다음 순간으로 바로 뛰어넘을 수 있다. 하지만 신체를 가지고 달리는 순간 아무리 힘들어도 다음 순간으로 뛰어넘을 수 없었다. 숨이 차서 그만 달리고 싶어도 내가 경험하는 순간의 고통의 체험을 그대로 안고 움직여야 한다.


영상을 지각하는 것은 우리의 감각을 상당히 제한하며 축소시킨다. 고통이 생략된 달리기 영상은 아무리 오래 봐도 내 고유한 것이 아니다. 고통이 분리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통 때문에 나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고통이 있음에도 나아가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약간 힘들더라도 내일은 조금 더 오래 꾸준히 달려보고 싶다.

달리고 난 후에는 공원에 핀 로즈마리 잎을 만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향긋한 이름 모를 꽃도 보고 왔으니 올해 첫 달리기의 보상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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