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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Oct 31. 2023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 거야?

서운한 진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라는 드라마가 한창 반영 중일 때였다. 환생을 반복하며 인생 19회 차를 살고 있는 여주인공이 18회 차 인생에서 이루지 못한 남주와의 사랑을 회복하며 전생의 비밀을 푸는 스토리다. 두 주인공이 서로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올 때 옆에서 같이 시청하고 있는 *안방 남자에게 나는 갑자기 궁금한 게 떠올랐다.

   

“자기야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 거야??”     


그는 드라마를 보다 무슨 생뚱맞은 질문이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누가 봐도 정답을 말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내 남자는 ‘선의의 거짓말’보다는 ‘서운한 진실’을 말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더더욱 궁금했고 마음 한구석에 기대감도 차올랐다.    

 

“난 다시는 안. 태. 어. 날. 거. 야.”     

"?!"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아예 태어나지 않는다고?? 게다가 흔들림 없는 또박또박한 목소리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나는 바로 리모컨 정지 버튼을 눌렀다.


명확한 답을 듣기 위해 가정을 덧붙여 보았다. "태어나는 게 뜻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만약 태어났는데 전생을 다 기억한다면 어쩔 건데?~? 그리고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드라마 주인공처럼 나를 만나러 찾아올 거야????" 드라마와 유사한 상황을 설정하여 다시 물었다.      


“아 한번 살았음 됐지. 뭘 또 태어나”     


이거 참. 내 질문의 요지를 파악 못하는 건지, 아예 답을 하지 않으려고 원천봉쇄하는 건지. 그의 성향으로 보면 분명 후자였다. 아예 질문의 핵심조차 다룰 수 없을 정도로 꼬리를 내어주지 않을 만한 답이었다. 할 말을 잃은 나는 더 물어봤자 내 기분만 상할 거라 남주인공 얼굴이나 보자며 드라마를 다시 재생시켰다. 그리곤 귓가에서 들리는 말.

    

“또 자기한테 넘어가겠지!”

“...!?”     

"다시 태어나면 또! 자기한테 넘어가서 또! 이렇게 결혼하겠지!!"


평소 남편은 내게 '낚였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 내 낚싯대가 한몫하긴 했다. 과거엔 그 낚싯대로 다양한 품종의(!?) 어장을 만들어 놓기도 했었다.(아 나의 리즈여) 하지만 처음 남편을 보자마자 그의 영롱한 자태에 눈이 부셨다. (지금은.. 음) 나는 즉각적으로 다른 물고기들을 바다에 풀어주고 그를 위한 어장을 만들었다. 그를 단번에 낚아채기 위한 튼튼한 낚싯대와 안전하게 어장으로 인도할 뜰채도 준비해 놨다. 낚기까지 힘이 꽤 들었지만 그래도 원샷 원킬에 성공했다. 그래서 그이는 연애 시절 이야기를 하면 늘 ‘내게 낚였다’고 표현한다.      


나는 그이의 답변에서 원하는 대답을 못 들어 서운했지만 갑자기 뜻밖의 기쁨을 느꼈다.


“뭐야~ 뭐야~~ 또 나한테 낚이겠다는 거네?”     


‘서운한 진실’ 속에서 그이의 진심을 내 식대로 곱씹어본다.




*안방 남자 : 안방 남자란 안방 침대와 몸이 줄곧 하나가 되어 집돌이인 그에게 붙여준 나만의 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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