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인 Nov 07. 2023

가장 뜨거운 여름휴가

시원한 게 좋은데

8월의 어느 날, 남편과 여름휴가를 떠났다. 그런데 출발 전날 우리는 크게 다투었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고 이번 일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단단히 화가 났다. 그리고 남편은 풀어주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10년간 그와 지내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흔들려 마음이 힘들었다. 하지만 속사정과 정황을 듣고 나니, 오해는 풀렸고 그도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     


나의 예민함도 한몫했다. 둔감한 사람은 그냥 지나칠 일일 텐데 나의 특유의 예민함이 그를 붙잡고 늘어졌다. 예민함은 예리함으로 뻗쳐나가 그를 들들 볶기 시작했다. 나의 화를 풀기 위해 여행 내내 그를 닦달했다.     

 

우리는 대화를 끊임없이 하고 이야기를 반복하며 깊게 파고들었다. 하루는 술을 마시고 또 하루는 차를 마시면서 이성적 멘털과 감정을 넘나들며 더 나은 방향과 방법을 찾기 위한 대화를 거듭해 나갔다.     


그를 처음부터 알고 지낸 지는 12년, 결혼한 지는 만 5주년이 되어간다. 아직 아이가 없어 연애의 연장선이라는 기분으로 살아왔다. 이전에는 부부라는 단어가 주는 안정감이 좋았는데 이번 일로 안정감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을 떠안겨 주는지 새삼 느꼈다. 함께하기로 한 이상 혼자 짊어질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걸 제대로 알게 되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든 함께 하자고 약속했다.


덕분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그를 더 깊이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달아 씁쓸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관계는 더욱 굳건해졌을까?  



가장 뜨거운 여름휴가를 보냈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