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카페 ASMR 영상이 좋은 이유
오사카에 온 지 3일 차에 나 홀로 카페 투어를 하기로 하였다. 검색 능력이 좋은 남편이와 함께 해서 좋긴(?!) 했지만 나와는 일본에 온 목적이 다르기에(그이는 야끼니꾸가 목적이었다) 긴 시간 카페에 있는 걸 지루해하였다. 그가 야끼니꾸를 먹으러 가자며 재촉을 하여 오래 있을 수 없었다. 나도 가고 싶은 커피 전문점을 미리 찾아 놓아서 반나절 정도는 따로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찾은 카페는 일본 체인점 중에 유명한 TULLY's Coffee이다. 전날 스타벅스 리저브에 머무르다 나오면서 아래층에 있는 TULLY's Coffee를 발견하였다. 스타벅스엔 한국인들,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이 카페는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일본 직장인들이 대다수였다. 노트북 좌석을 위한 긴 테이블이 있었고 자리마다 있는 콘센트가 '너도 한번 올래?'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구글 맵을 찾아보니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TULLY's Coffee가 있었다. 오픈 시간이 10시라 10시가 조금 넘어 도착하였다. 이제 막 출근한 직원들이 분주해 보였다. 나는 어색한 일본어로 라테를 주문한 뒤 카페 가운데에 있는 긴 테이블 끄트머리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커피를 받아 들고 와서 한국에서처럼 능숙하게(?!) 와이파이를 찾아 연결하였다. 카페가 전자제품을 파는 쇼핑센터에 있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오전부터 전자제품을 사는 사람이 없는 걸로 보여). 들어오는 사람들이 대개가 직장인이었다. 쇼핑센터 근처에 오피스 건물 몇 동이 있는데 왠지 그 건물 내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아닐까 짐작해 보았다. 하얀색 와이셔츠에 검은 재킷을 입은 남성들이 삼삼오오 서류를 펼치며 이야기를 하다 나갔고, 혼자 와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고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노트북을 펼쳐 글을 쓰면서 그들의 모습을 찬찬히 지켜보았다.
이 카페의 특이한 점은 창가 앞에 1인 석이 즐비해 있다는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놓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의자와 연결되어 있어 창가를 향하게끔 되어 있다.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 그 의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내가 편안하게 느낀 만큼 짧은 시간에 이 1인석을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혼자 와서 커피 한 잔을 두고 멍을 때리거나 핸드폰을 하다 나갔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커피만 마시고 나가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렇게나 여유로워 보일 수가 없었다.
이번 여행은 평소 좋아하는 일본 카페 ASMR 영상에서 느낀 편안함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게 목적이었다. 3박 4일 동안 세 곳의 카페에 머물렀는데 왜. 하필. 일본. 카페 ASMR에 빠졌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일본의 고요하고 정갈한 느낌을 좋아하는데(나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직접 가보니 조용하게 사색하는 일본인들이 많아 그 분위기가 asmr에 담기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혼자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사람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한국은 업무 미팅이나 수다, 또는 공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물론 차를 마시며 쉬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본에선 아예 노트북도 올려놓을 수 없는 1인석을 보고 있자니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는 용도로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는 나만의 결론을 내렸다. 그런 편안함과 고요함이 일본 카페 asmr에 담겨 매료시켰던 게 아니었을까.
그 속에서 홀로 조용히 글을 쓰며 그들을 관찰하고 있는 나는 이방인이었지만 전혀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홀로 차 한잔 하며 사색하는 그들과 내가 다를 바가 없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