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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후 Jul 02. 2021

'초불확성시대’의 기술

호모루덴스

 약 1년 반 전 누군가 자정에 보내준 기사를 읽으며 2020년 새해를 맞이했다. 국내 모 대기업 회장의 신년사였는데, 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불확실성을 넘어선 초불확실성의 시대’로 설명하며 기업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써놓은 글이었다. 불안정한 시대를 코 앞에 둔 대기업이 발표하는 일종의 포부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펜데믹 사태가 찾아왔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불안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참이라. 평소에는 곁눈질로 보지도 않던 대기업 신년사를 앉은자리에서 바로 읽어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주변 사람들과 불안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그 신년사 이야기를 꺼냈던 기억도 난다.


그때부터 초불확실성이라는 단어는 내가 현재를 되짚어 볼 때, 늘 빠지지 않는 시선이었다. 동시에 과연 어떻게 하면 이 ‘불확실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따라왔다. ‘어떤 일을 선택해야 미래에도 안정적일까?’  

여러분도 그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을까. 앞으로 수년 내에 대체되거나 사라질 직업들을 순위별로 정리한 기사 라던가. 이미 할리우드에서는 AI가 사람을 대신해 흥행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를 잔뜩 써내고 있다는, 이야기꾼들의 도시 괴담 같은 이야기를.


언젠가는 내가 알고 있는 직업들을 나열하면서, 과연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이 있는지 따져 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절대 변하지 않을 그런 직업을 찾을 수는 없었다. 나는 어떤 일이 이 시대에도 오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고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충분한 해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속담 같은 말이 떠올랐다.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돼, 기술을”


한때 시대를 지배했던 문장이었다. 나는 왜인지 이 오래된 말을 통해서 일종의 해답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사전적 의미의 “기술”이란 ‘사물을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나 능력’을 말한다. 왜 어른들은 늘 이 “기술”을 익히길 당부했을까.


‘초불확실성 시대’가 가장 무서운 것은 자기 확신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뭘로 먹고살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나에게 재능이 있을까,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를 질문하고 걱정한다. 불분명한 것을 오랫동안 상대하고 있는 사람은 쉽게 지치고 의욕을 잃어버린다. 반면에 “기술”은 분명한 것을 상대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을 다루는 방법과 능력이다.


 언젠가 방송에서 어린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현장에서 목수일을 배우는 소녀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유학을 관두고 험상궂은 아저씨들 가득한 현장에 들어간 소녀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노동으로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소녀의 눈빛에서 나는 자기 확신을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기술”을 익히는 일이 중요한 것은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자기만족과 성취감, 확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불분명한 일들이 가득한 시대에는 스스로에게 분명한 것들이 중요하다. 그게 아주 단순한 성취감이라고 한들.  


 기술은 크게 보면 일종의 목적을 가진 행위를 뜻한다. 나는 때때로 기술적 성취감을 얻기 위해, 걷거나 뛰고, 무언가 작은 사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경제적 이윤이 남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작지만 분명한 성취감이 내면에 쌓이다 보면, 불분명한 ‘초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나의 감정이 사물은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나는 감정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해낸 것이기도 하다. 모두가 ‘초불확실성의 시대’ 안에서 혼란스러운 요즘, 여러분에게도 이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하길 바라본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마 이미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글쓴이: 호모루덴스

소개: 낭만이 밥을 먹여주진 않지만, 밥을 맛있게는 해줍니다.


매거진 '추후'

이제 막 서른이 된 친구들이 모여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서른의 시선을 담은 글을 매주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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