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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디자인 Aug 28. 2021

지속 불가능한 디자인 1/2

지속 가능한 디자인, 녹색 디자인, 에코디자인, 환경 디자인, 사회적 디자인. 개인적으로도 들어온 지가 십수 년은 된 말들. 디자이너들은 이런 말들을 외치며 골판지를 잘라 의자를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에 세상은 조금 더 좋아졌을까?


나도 빅터 파파넥이나 디터 람스 같은 디자이너들의 책을 보면서 이런 것이 디자인(의 전부)이구나! 했더랬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주장을 발췌해서 디자인은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소위 어그로를 끌었다. 나도 그 당시에는 노숙자들을 위해 공짜로 나누어 줄 무언가를 만들거나,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 지팡이라도 디자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잠깐 생각하기도 했다.

스마트 지팡이 E-stick, 성정기 작


실제로 당시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만들지도, 팔리지도 않을 디자인들을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한 두 개쯤은 가지고 있었다. 웹 매거진에는 그런 디자인들이 넘쳐났고, 국내외 디자인 상을 휩쓸기도 했다. 학생들은 상을 타기 위해 아예 장애인, 노숙자, 노약자, 환경오염 등을 타깃으로 정해놓고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설정한 문제가 실재하는지 검증하는 경우도 적었고 해결 방식도 비효율적이거나 현실성 없이 자극적인 솔루션을 만들어 포장하곤 했다. 대부분 유니버설 디자인로 분류 되었지만, 아무도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아무도 만들지도, 사용할 수도 없는 디자인들


다양한 콘셉트를 만드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자유롭게 생각을 제안하는 것이 디자인의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 것은 디자이너들의 태도였다. 그것은 그저 수상을 하거나 이름을 알리기 위한 과정 같아 보였다. 결과가 좋건 나쁘건 뒤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많던 노숙자용 박스집은 다 어디에 있을까?


이후에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유행도 변했다. 포트폴리오나 이미지 공유 사이트 등 sns의 발달과 맞물려 아이디어보다는 이미지의 임팩트가 강조되었다. 예전에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사회적 디자인이라는 대답이 많았지만, 같은 질문을 요즘 학생들에게 해보면 보기 좋고 예쁜 디자인, 잘 팔리는 디자인 등으로 완전히 다른 대답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로 인해 예전의 문제들이 많이 없어졌는가 보면,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지금의 거대한 환경이슈들과 맞물려 디자인 필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속 불가능한 디자인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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