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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성 Jul 20. 2022

(사사기) 당신이 가면 따라 갈게요!

@ 성경, 구약 7번째 책, 역사서 


흥미로운 책


성경의 앞 쪽에는 39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구약이 있고, 뒷 쪽에는 27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신약이 있다. 나는 성경을 읽기 위해서 무슨 책을 가장 먼저 읽겠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사사기를 선택할 것이다. 실제로 매년 두 번 이상은 사사기를 읽는다.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자주 읽었고, 재미있게 읽었고, 진도가 잘 나갔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교훈도 명확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모두가 아는 멋진 용사들이 등장하고, 싸움에서 이기고, 흥미진진한 전개가 여럿 있는 것도 그 이유가 될 것 같다.


배경이 되는 시기는 아직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었던 사울이 등장하기 훨씬 전의 일이기 때문에 전지적 능력을 지닌 왕이 없던 때였다. '백성이 왕이 없었으므로'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며, 당시의 상황을 암시하게 해 준다. 동시에 이 표현은 사사기가 쓰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Judges? 사사기를 읽을 때마다 왜 이름이 사사기일까 궁금했다. 영어 이름은 Judges. 심판? 평가자? 통치자? 한글로 번역할 때, 사용하지도 않는 '사사'라는 이름을 왜 사용했을까? 오히려 전쟁에 나가서 싸우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내용에 비하면 책의 이름이 너무 난해하다. 


사사기의 배경과 성경의 위치가 가나안에 입성을 진두지휘한 여호수아서 뒤, 그리고 드디어 왕이 생긴 사무엘상의 사이에 있는 것을 감안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오히려 전왕서(前王書)와 같은 이름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명시적인 왕은 없었지만 사사가 거의 왕의 역할을 하고 있었으며, 중요한 전쟁을 직접 이끈다는 측면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침을 놓는 책


사사기의 주된 내용이자, 반복되는 내용이자, 맥락은 바로 '이스라엘 민족의 배반 - 이방 민족의 괴롭힘 - 뉘우침과 구원해 달라는 애원 - 사사가 지휘하는 전쟁 승리를 통한 용서와 회복'다. 이스라엘 민족은 늘 평안해지면 죄의 상태로 변했다. 이방인의 길을 따라갔으며, 우상을 추구했다. 결국 외세의 침략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그 상태를 벗어나기를 간구했다. 결국 사사가 일어나 전쟁을 지휘하고 다시금 평화를 찾는다. 이 과정이 무수히 반복된다. 사사기 내용은 상당한 일관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이 중요한 사실은 신약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명시적인 왕이 없었을 뿐, 이스라엘은 다스리는 유일한 왕이 있었다. 바로 출애굽을 가능하게 하였고, 광야 길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인도했으며, 가나안 땅에 입성하여 12지파가 각자의 분깃을 얻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왕. 바로 여호와 하나님이었다. 


하나님은 늘 존재했고, 늘 이스라엘을, 자신들을 다스리고 있었다. 단지 이스라엘 민족 스스로가 타락하고, 죄를 짓는 삶을 반복했을 뿐이다. 또한 그 사실을 망각한 나머지, 눈에 보이지 않는 왕은 부족하니, 다른 이방 나라들처럼 보이는 왕을 달라고 끈질기게 요청하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사사기에서 '백성이 왕이 없었으므로'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도 늘 이 망각을 되풀이한다. 우리가 자신을 크리스천이라고 일컫고,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고, 세상에서 구분되는 삶을 살아간다고 하지만, 늘 유일하신 나의 왕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결국 이 망각이 사사기가 주는 교훈이다. 나의 왕이 누구인가? 이 물음에 정직하게 대답해야 한다. 



일관성을 깨뜨리는 의외의 인물


내가 사사기를 대하는 태도다. 사사기를 읽으면 늘 첫 장부터 한 인물의 등장을 기다리며 읽는다. '바락'이라는 인물이다. 나는 늘 짧지만 그 부분을 주목하며 읽고 때마다 흥미롭게 읽는다. 


바락이라는 인물은 우리에게 여자 사사로 잘 알려진 '드보라'의 일화에 등장하는 한 장군일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설교자들에게 나약한 인물로 묘사된다. 구약시대 당시 여성의 입지가 열악했다는 것은 모두 잘 안다. 그런데 사사기에 등장하는 유일한 여성 사사가 드보라다. 하지만 드보라도 여성 아닌가. 그 여성에게 함께 싸우러 가자고 사정하는 모습이라니. 장군의 모습으로서 매우 유약해 보일 뿐이다. 


(바락) 그대가 나와 함께 가면 나도 가겠지만,
그대가 나와 함께 가지 않으면 나도 가지 않겠소


(드보라) 내가 반드시 장군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그러나 장군께서는 이번에 가는 길에서는 영광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도 당시에 이스라엘 민족에게 드보라가 사사로 여겨졌기 때문에 적군을 앞에 두고, 바락은 드보라에게 함께 싸우러 가자고 사정하러 왔을 것이라 생각된다. 드보라는 함께 가겠다고 하면서도 바락에게 이번 싸움에서 이기겠지만, 바락이 영광을 취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굳이 한 마디 덧붙인다. 그리고 역시나 적군에 보기 좋게 물리치고 승리를 거둔다. 더구나 적군의 선봉장인 장군은 드보라도, 바락도 아닌, 더 평범한 한 여인에게 죽임을 당한다. 여자 사사가 이끄는 전쟁에서 평범한 여성의 놀라운 전과라니! 어디에도 남자는 보이지 않는다.  


바락은 자신의 능력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확실히 알았다고 본다. 당시의 사사의 말은 하나님의 말이었으며, 사사의 의지는 하나님의 의지와 같았다. 바락 자신의 결정만으로도 적군과 싸울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자신이 충분이 이 전쟁에 출전하여 전과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이었다. 하지만, 바락은 드보라와 함께 하길 원했다. 결국 바락은 하나님과 함께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드보라에게 간절히 매달렸다. '당신이 가면 따라갈게요!'


드보라가 바락에게 이번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영광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는 일침에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말씀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영광을 취하면 어떠랴! 이스라엘 민족이 적군의 손으로부터 안전하고 승리를 얻는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닌가! 바락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후, 사사기 5장에서 드보라와 바락이 함께 승리의 기쁨을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노래에는 바락의 승전보는 없다. 드보라와 한 여인의 칭송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노래는 바락이 불렀다. 대단하다. 자신이 이 전쟁에서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노래를 기쁘게 부를 수 있었을까? 드보라에게 감사할 수 있었을까?


'이스라엘 민족'이 '왕이 없었으므로' 매번 '여호와의 목전에서 악을 행하는' 일관성 있는 이야기의 묶음인 사사기에서 바락의 일화는 그 일관성을 깨뜨린다. 





바락의 칭찬은 신약에서


이쯤까지만 하더라도 바락은 충분히 자신을 낮추고, 하나님의 뜻과 도움을 구하는 겸손한 장군으로 평가할 만하다. 신약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사사기를 대할 때마다 드보라의 다스림과 바락의 존재를 묵상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바락의 존재는 우리 크리스천에게 상당한 역할 귀감이 된다. 그것만으로 대단하네!라는 칭송을 얻을 만하다. 


그런데 신약성경을 읽다 보면 의외의 부분에서 신기한 한 구절을 발견하게 된다. 히브리서 11장은 '믿음의 인물들을 소개하는 장'으로 알려져 있다. 아벨, 에녹, 노아,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모세, 사사들, 다윗, 사무엘 등이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다 아는 최고의 사사인 기드온과 삼손 사이에, 사사가 아닌 인물이 한 명 끼여 있다. 



내가 무슨 말을 더 하리요 기드온, 바락, 삼손, 입다, 다윗 및 사무엘과 선지자들의 일을 말하려면 내게 시간이 부족하리로다
히브리서 11:32 



히브리서 11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입지는 성경을 통틀어 상당하다. 그런데 '기드온, 바락, 삼손' 이라니.. 이게 무슨 일이고? 칭찬 정도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히브리서 저자는 바락을 사사와 동등한 인물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또한 이렇게 히브리서가 쓰일 정도라면, 바락의 존재는 애초부터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역시 바락은 일관성을 깨뜨리는 의외의 인물이다. 또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충분히 모범이 된다. 그는 유약한 나머지 드보라에게 전쟁에 함께 나가 달라고 사정한 것이 아니다. 그는 믿음으로 나 자신이 드러나지 않아도 좋으니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위해 싸워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나를 다스리는 하나님, 그 하나님을 왕으로 섬기며 살아가는 크리스천에게 바로 바락 같은 삶의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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