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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성 Jan 17. 2023

작은 자


'와떠. 와떠.'


몸은 웬만한 어른보다는 더 큰 몸집이다. 나이는 짐작이 안된다. 하지만 어눌한 말투와 무언가 부족한 행동. 정상이 아닌 것은 확실해 보인다.

 

어릴 때, 부모님은 문구점을 하셨다. 학교가 끝나고 가게에 들어섰을 때, 처음 그분을 보았다. 뒤에서 보니, 쉬를 쌌는지 뒤처리를 제대로 안 했는지, 헐렁한 바짓가랑이 사이가 새카맣다. 


'학교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드리고 가까이 다가가자 역시나 냄새가 역하다. 어머니 눈빛은 아버지께 향해 있었다. '얼른 가게에서 나가게...' 


아버지 눈빛은 정반대다. '왔어? 왔어?' 하며 손까지 잡아주신다. 그리고 밥은 먹었는지, 춥지는 않은지 물으신다. 그리고 주섬주섬 먹을 것을 찾아서 손에 쥐어주고 밖으로 데리고 가신다. 


'누구예요?'


'몰라, 네 아빠가 잘해주니 날마다 온다. 다른 손님 있을 때만 안 오면 좋겠다.' 그렇게 그분은 그 이후에도 자주 왔다. 


사건은 나중에 터졌다. 아버지는 그분을 교회에 초청하셨다. 대신에 옷은 꼭 갈아입고 세수도 하고 오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아버지는 교회에서 성심성의껏 그분을 챙겼다. 예배도 드리고, 교회에서 주는 밥도 먹고. 옆에서 살뜰히 챙기는 아버지의 호의에 의지했다. 


하지만, 이내 교회에서 말이 나왔다. '왜 저런 사람을...', '냄새나고 지능도 부족한 사람을...' 결국 아버지가 포기하셨는지, 그분이 더 이상 교회에 나오지 않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게의 위치가 인근으로 바뀐 적이 있다. 그 해 겨울, 아버지는 여전히 그분이 겨울에 얇은 옷만 입고 다닌다며, 안 입는 겨울 옷을 챙겨 건네시는 모습을 보았다.

 

아버지는 그분을 예수님처럼 섬기는 것 같았다.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 마 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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