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DA
표현이 참 고상하다고 생각했다. 엄연한 배달부이지만, 딜리버리 드라이버라고 불러준다.
드라이버가 되는 조건은 쉬우면서도 까다로웠다. 미리 사전에 공부해 놓은 덕에 얼굴 사진부터 시작해서 신분증, 운전면허증, 보험증서, 비자까지 여러 번 촬영해서 올렸다. 'in review'라는 문구를 보고 몇 시간 동안이지만 두근거렸다.
결국 'You're all set to deliver'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앱을 쳐다보면서 이제 정말 'GO' 버튼을 누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조마조마했다. 아이들을 교회에서 운영하는 화요일 키즈클럽에 보내 놓고 주차장에 주차했다. 마침 교회 앞이니 눈을 감고 기도한다. 담대함과 지혜를 구한다.
그리고 'GO' 버튼을 누르고 드디어 우버와 연결된 온라인 상태가 되었다! 버튼을 누르자마자 짜잔!
...
...
...?
무슨 일이 바로 일어날 줄 알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 앱에서는 지금이 제일 바쁜 시간 이랬는데, 내 순서는 아직인가 보다.
앱 메뉴를 구경하면서 5분 정도 보냈다. 내가 가만히 정지된 상태라 그런가? 주변에 식당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볼까? 시동을 걸었다.
좌회전을 하면 식당과 마트가 모여 있는 곳이 있다. 좌회전 깜빡이를 넣는 순간, 팝업이 하나 떴다. '$4.07의 수이 예상되는, 총 4.3km 이동하는 딜리버리인데 할래?'
그래, 이제까지 기다렸는데, 안 갈 이유가 없지. 'accept' 버튼을 눌렀다. 화면은 식당으로 가는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바뀌었다. 따라만 가면 된다. 두근거리지만, 안전이 최우선이니 큰 숨을 내쉬며 식당으로 간다.
늘 가는 코슷코 앞에 있는 조그만 픽업 전문 피자가게다. 앱에서는 주문자 이름과 주문번호를 식당에서 확인하라고 나온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바로는 'uber for 이름'을 말하면 바로 주기도 하고, 번호를 물어보기도 한다고 했다.
숨을 가다듬고 당근마켓에서 산 $10짜리 보온가방을 들고 들어섰다. 연습한 대로 'uber for 이름'을 말했다. 자연스럽게 번호를 물어본다. 폰을 보여주며 번호를 읽어주었다. 준비된 물건을 건네받았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물건에 붙은 영수증과 앱에서 보여주는 주문 내역을 대조해서 확인했다.
점원은 물건을 건네주고서는 다른 일을 하느라 나를 쳐다 보지도 않았지만, 나는 '땡큐!'를 외치며 첫 식당을 빠져나왔다. 자연스러웠다. 만족스럽다.
다음에는 뭘 해야 하지? 앱을 보니, 물건을 픽업했는지 확인하는 메뉴가 있다. 자신 있게 눌렀다. 이제는 물건을 배달할 곳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 뜬다. 조심히 따라간다. 이제 또 무슨 상황이 벌어질까.
도착한 곳은 가로등이 부족한 오래된 동네의 타운하우스다. 내비게이션이 집 앞까지 인도해 주었다. 이제 곧 도착하면 집 앞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는 순간, 'leave at door'라는 주문자의 요청 표시를 봤다. 그 밑에는 사진 찍는 버튼도 있다.
조심스럽게 물건을 문 앞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아차차. 너무 어두워서 플래시를 켜야 한다. 다시 사진을 찍고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휴.. 이렇게 첫 딜리버리가 끝났다. 1시간은 흐른 것 같지만, 겨우 20분도 걸리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캐나다에 온 지 20개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3.01의 수입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