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DA
휴직 전까지 나의 직종은 사무직이었다. 구체적으로는 행정 분야였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문서를 보거나 만들거나, 보고를 받거나, 보고를 하는 일이 주요 업무였다.
마른 몸매이지만, 하루 종일 엉덩이를 의자에 붙여 놓고 살았기에 배도 좀 나왔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은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화장실을 갈 때뿐이었다.
휴직을 하니 컴퓨터와는 거리가 좀 생겼고,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경우도 드문 일이 되었다.
하지만, 휴직과 동시에 시작한 번역 때문에, 그래도 규칙적으로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생겼고, 그때는 엉덩이가 의자에 붙어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휴직하기 전보다는 엉덩이가 의자와 적절한 사회적 거리를 두게 되어 나름 만족한다.
우버이츠 딜리버리의 드라이버가 되면서,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한다는 것에 나름 신선한 기대감이 있었다. 첫 직장을 얻고, 계속 그 직장에 근무하면서 겪은 변화라고는 2-3년에 한 번씩 부서 순환하는 것이 전부였기에, 나의 직종과 업무랑은 전혀 상관없는 태생이 다른 일을 해 본다는 것은 그 자체가 신기함이었다.
상상 속으로는 우버이츠 딜리버리를 하면 식당으로 뛰어가고, 물건을 받고 확인하고, 다시 이동해서 주문자를 찾아 건네주는 일로 시간을 채울 것 같았다. 오히려 앱에서 표시되는 메시지, 식당 점원과의 대화, 주문자와의 대화가 걱정거리였지, 다른 우려되는 일은 있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나서 약간의 의아함을 접한다.
엉덩이가 자동차 좌석과 붙어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토론토와 같은 대도시가 아니다 보니, 대부분의 시간은 운전을 하면서 보낸다. 주문을 한 건 받으면 보통 20분은 운전한다. 2건을 한 번에 배달하는 경우는 꼬박 30-40분을 운전하는 경우도 생긴다.
캐나다의 배달처는 대부분 하우스(단독주택)이라서, 차에서 내려 배달하는 데까지 스무 걸음도 걷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달을 마치고, 배달 완료 내역을 입력할 때도, 다른 배달 건을 기다릴 때도, 차에 앉아 있거나 운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우버이츠도 엉덩이가 의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 기질 자체가 다른 사람들과 편하게 어울리는 사교적인 성격도 아닌 데다, 의사소통이 완전히 자유롭지도 않은 외국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혼자서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이 우버이츠 딜리버리였는데, 이 일도 엉덩이가 의자에 붙다니..
나도 그렇고, 내 엉덩이도 그렇고, 의자를 찾아가는 습성이 있나 보다.
그렇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오늘은 131km를 운전해서 15건을 배달해서 $81.4를 벌었다. 그리고 엉덩이는 자유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