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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Park Sep 19. 2023

[culture] 기업문화 담당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2022년 리멤버 인플루언서 활동 당시 작성했던 글입니다.


22년이 되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일단 하자. 이런저런 핑계 대며 미루지 말자. 리멤버 인플루언서도 그렇게 신청을 하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활동일이 다가오자, 불안과 후회가 엄습하더라고요. 어떤 주제로 어떻게 적어야 할까... 그런데 뭐, 고민만 한다고 답이 나오는 건 아니니, 일단 저의 이야기, 정확히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과 관점을 솔직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주로 문화와 전략 업무를 해온 직장인입니다. 어느덧 10년 차가 넘었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그마저도 조금 깎아봤어요.) 저의 평범한 직장인 커리어 중에 굳이 조금 특이한 부분을 찾아보자면, 문화('10-'15)-전략('16-'21)-다시 문화('22 이직)로 업무를 전환했다는 점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문화 담당이 왜 전략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다시 문화 담당으로 돌아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썰을 풀며 문화 담당의 역할은 무엇 일지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제가 전략 업무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전략에 대한 이해 없이 문화 담당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들어서였어요.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이야기하려면 자연스럽게 '좋은 기업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좋은(혹은 건강한) 기업문화란 무엇일까요?  


워라밸, 오픈 커뮤니케이션,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따뜻하고 화목한 분위기.... 보통 좋은 문화를 상상하면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죠. 그런데 사실 이런 아름다운 문구 만으로는 해당 기업이 좋은 문화를 가졌는지 판단하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좋은 기업문화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질문은 '기업이 성과를 창출하는데 최적화된 문화인가'이기 때문이죠. 아무리 좋아 보이는 문화도 조직의 성과를 창출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면, 결코 좋은 기업문화라고 말할 수 없죠!


예를 들어 '배려'라는 건 참 좋은 문화지만 한편으로 서로에 대한 (지나친) 배려로 인해 미팅 등에서 발언/챌린지의 수위를 조절하게 되고 결국 치열한 논쟁 없이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회피형 문화가 형성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실제로 많은 조직에서 겪고 있는 문제 중에 하나예요.) 만약 빠르게 성장(해야)하는 스타트업에 이런 회피형 문화가 자리 잡아간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하죠. 이런 조직은 오히려 배려와 선의로 포장된 comfort zone를 없애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조직 성과에 더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목표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쓴소리든 아이디어든 제한 없이 토해내야 하는 시기니까요!


이처럼 기업의 성장단계, 경쟁환경, 비전과 전략 방향 등에 따라 성과창출에 요구되는 문화적 맥락이 다를 수 있고 바로 이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략 업무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조직개발 등 기업문화 프로젝트를 할 때도 탑리더십 커뮤니케이션이나 방대한 자료의 리뷰를 통해 전략을 이해하는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뭔가 스스로 더 확신을 가지려면 전략업무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그렇게 전략 업무를 시작한 후, 운이 좋게도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전략 프로젝트를 리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이를 통해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 등을 키울 수 있었어요. (자료로 전략을 볼 때랑, PM으로 전략을 짤 때는 깊이가 정말 다르더라고요) 또한 실제로 업무를 하다 보니 '아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문화 업무를 더 잘했겠구나'라는 생각도 참 많이 들었죠! 그런데 전략 담당으로 5년 넘게 일하다 보니 다시 한번 문화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기 시작했는데요. 그 이유는 아무리 좋은 전략도 결국 문화의 벽을 넘지 못하면 실행까지 이어질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어요.


아마 전략 담당을 하셨거나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실 거예요. 아무리 수준 높은 전략 보고서를 통해 유의미한 제안을 해도, 정작 조직은 레거시를 기준으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반복해서 하는 경험을요. (특히 본인이 PM을 했던 플젝이 이런 식으로 마무리되면 정말 슬프죠) 사실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위기를 외치며 턴어라운드 전략을 (반복해서) 짜고 있지만, 그중에 정말 극소수의 기업만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는데요. 그 이유는 도출된 전략이 엉터리라서가 아니에요. 전략은 사실 우선순위를 잡고 자원을 배분하는 거라. 그렇게까지 새롭거나 엄청난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실행을 가로막고 있는 건 레거시 문화(불신 등), 굳건하게 형성되어 있는 이해관계, 놀랄 정도로 강한 조직관성 등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문화적 변화관리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턴어라운드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왜 어떤 회사들은 반복적으로, 심지어 같은 주제로 전략컨설팅을 받기도 하잖아요. 그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전략 컨설팅은 문화가 이미 망가진 상황에서 조직 내부의 힘만으로는 무언가 변화가 어려울 때 시작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다 보니 컨설팅 후에 남게 되는 수많은 과제들이 실행의 원동력을 찾지 못하고 말 그대로 흩어져버리게 돼요. 문화가 망가졌다는 건 구성원들이 조직의 비전과 전략에 대한 공감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이런 상황에서 내부 조직이 컨설팅 f/u과제를 열정적으로 실행한다는 건 너무...... 이상적인 기대죠. 때문에 컨설팅 사전, 사후에 적합한 문화적 개입(비전 alignment 등)이 있어야 비로소 컨설팅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어요.


이렇듯 전략 업무를 하면 할수록 회사의 성과와 성장을 결정짓는 건, 결국 기업문화라는 확신이 들었고 (특히 기업이 어려울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이제 전략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으니 다시 한번 문화 업무를 하게 된다면 정말 잘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문화 업무를 할 때가 더 행복했었던 것도 큰 이유였죠. 그렇게 전략에서 문화로 다시 한번 업무 전환을 하게 되었어요. 운이 좋게도 제가 원했던 회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었죠. 때문에 저 스스로에게도 큰 도전이지만, 꼭 다시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 의미를 찾고 열심히 해 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첫 번째 글을 적으며 저의 커리어를 짧게 회고하다 보니, 결국 (다시) 문화담당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스스로 답을 하게 되네요. 저는 문화와 전략이 성공적 교류를 통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여야 기업은 성과를 만들 수 있고, 소위 '다니기 좋은 회사'가 아니라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업문화 담당이 정확하게 방향을 잡아야 하는 지점도 이 부분이라고 믿고 있어요. 구성원들이 행복한 문화를 만들겠다는 막연한 목표가 아니라, 비전/전략과 핵심가치(일하는 방식)의 연결을 강화하고 구성원들의 업무 몰입을 어렵게 만드는 레거시 문화, 비합리적인 이해관계, 조직 관성 등을 분석/공유해서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논의하고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문화 담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10년의 시간 동안 문화와 전략 업무를 경험하며 나름대로 정의해 본 미션이기도 하고요. 다시 기업문화 업무를 하면서 다짐해 보는 일종의 각오이기도 합니다.


짧게 쓰려고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길어진, 두서없는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문화와 전략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일들을 캐주얼하게 공유하고 두런두런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그럼 다음에 또 뵈어요.


Note: 제가 남기는 글들은 기업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특정 회사나 조직의 상황을 가정하고 쓴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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