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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Oct 29. 2023

우리 집은 해발 3600미터

볼리비아, 현대판 공중도시와 하늘을 나는 버스

히말라야에 가면 해발 3천 미터 봉우리들은 이름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이 고도로 인한 산소 부족을 느끼는 고도가 해발 3천 미터라고 한다.


 

우리 집의 해발고도는 3600미터


볼리비아의 실질적 수도로 불리는 라파즈(La Paz)에 왔다. 전형적인 산악 고산도시인 라파즈에서 우리 집은 가장 낮은 곳에 있다. 그것도 몇 뼘 안 되는 귀한 땅 '낮고도 평평한 곳'에 있다. 라파즈에서 가장 저지대인 우리 집, 정확히 우리 숙소의 해발고도는 얼마일까? 고도 앱이 찾아준 고도는 무려 3600미터다.


볼리비아 라파즈의 에어비앤비 숙소. 냉장고와 세탁기는 LG, TV는 삼성(이건 공식. 페루 리마 숙소도 그랬다.)  


라파즈의 숙소 창으로 본 라파즈 시내(낮과 밤)


해안의 반도 나라인 우리나라에서는 해발 3천 고도 땅을 밟을 일이 없다. 현실적으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산 한라산이 해발 2천 미터에 못 미치고 대부분의 도시가 해발 몇 백 미터 이내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라파즈에서 고산증을 겪었을까?  


콜롬비아를 시작으로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의 순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남미를 여행 중이다. 안데스 산맥이 남미 대륙을 종단하기 때문에, 이들 나라들은, 나라는 달라도 안데스 산맥 자락에 도시를 형성해 사는 건 공통적이었다. 하나같이 선선한 고지대에 모여 살았다. 그만큼 '기후가 좋은 평지 땅'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해발 2500미터의 보고타와 키토를 거쳐왔고 직전 방문 도시인 페루의 쿠스코 또한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곳이라 내 몸이 저절로 저산소 환경에 적응했는지 다행히 고산 증상이 없었다.



현대판 공중도시와 하늘을 나는 버스


라파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라고 한다. 콜롬비아의 메데인과 보고타에서 본 언덕배기 집들의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고 대도시 전체가 좁은 언덕길로 연결된 에콰도르 키토의 풍경도 놀라웠지만 이들 고산도시 중 라파즈가 가장 압권이었다. 200만 넘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가 3600~4100미터의 산동네로 이뤄진 가장 독특하고 경이로운 도시였다.


엘알토에서 내려다본 라파즈 시내


케이블카에서 내려단 본 라파즈


라파즈 사람들은 이 산꼭대기에서 저 산 꼭대기까지 날아다닌다. 하늘을 나는 버스 '텔레페리코(Teleferico)'라고 불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케이블카는 도시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다른 도시의 지하철 기능을 한다. 노선은 무려 10개. 노선별로 노선 이름도 역사(驛舍)도 케이블카도 색깔로 구별되어 있어 타거나 갈아타기가 쉬웠다. 


가히 라파즈의 혁명이다. 케이블카는 2014년부터 도입되었다고 하고 언덕의 도시 메데인의 공공교통 케이블카를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라파즈 시민의 발, 하늘을 나는 버스 케이블카


이틀간 케이블카로 시내 관광을 했다. 1회 이용 요금은 3 볼(한화 600원), 환승할 때 1회에 2 볼이 추가된다. 3개 노선을 타려면 7 볼(1,400원)이 든다. 레드 노선과 옐로우 노선이 산꼭대기까지 연결되어 라파즈를 제대로 내려다볼 수 있다. 블루 노선은 꼭대기 고원에 펼쳐진 공중도시를 볼 수 있고 화이트 노선은 도심 빌딩 숲 위로 집라인을 타는 듯했다.


도심 빌딩 숲 위를 날아보자, 단돈 600원으로 집라인 체험을, 화이트 노선. 


지하철 노선도? NO! 지하철은 없다.  라파즈의 케이블카 10개 노선도. 


전철처럼 개찰구에 표를 찍고 들어가서 탑승구에서 탄다.


놀라운 건 케이블카의 종점인 산꼭대기 엘알토(El Alto)가 그저 산동네의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고산 도시가 펼쳐지는 곳이라는 점이다. 서울이 한강을 기준으로 강북과 다리 건너 강남으로 나뉜다면, 라파즈는 저지대 라파즈(La Paz)와 케이블카로 오르는 고지대 엘알토(El Alto)로 나뉜다. 


케이블카 타고 장 보러 가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종점(해발 4100m)에 또 하나의 도시(엘알토 El Alto)가 펼쳐진다. 


한마디로 라파즈는 중층도시이고 입체도시이다. 페루에서 본, 고대 잉카인의 공중도시 마추픽추도 물론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터, 해발 4천 미터의 현실판 공중도시 라파즈가 내겐 더 아찔하고도 가슴 짠했다.



혁명과 연대의 아이콘, 체게바라를 품은 나라


숙소 근처의 대학교 벽에 체게바라가 그려져 있었다. 볼리비아는 체게바라가 잡혀 최후를 맞은 나라이다. 체게바라는 아르헨티나 사람으로서 멕시코에서 카스트로와 만나 쿠바 혁명에 가담하고 마침내 쿠바 혁명을 성공시켰다. 그 후 혁명 성공의 열매는 뒤로 한 채 볼리비아 혁명을 위해 백의종군했다가 볼리비아에서 잡히게 된다.


라파즈의 대학교 벽화에서 발견한 체게바라


체게바라의 희생을 값지게 하려면 남미의 최빈국 볼리비아는 지금보다 더 발전된 사회경제를 만들어야 하고 체게바라가 그토록 가슴 아파했던 볼리비아 민중의 삶이 더 나아져야 할 것이다. 다행히 볼리비아는 남미 주변국보다는 더디지만 '진정한 승리를 위해' 지금도 나아가고 있는 듯했다. 체의 말처럼 계속 전진하길 바란다. "승리의 그날까지 영원히(Hasta La Victoria, Siemp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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