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발, 너 C야?
한국에서는 과몰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때 핫했던 MBTI.
사실 여기저기서 너무 MBTI라는 틀로 사람을 설명하려고 해서 나는 좀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내 주위 몇몇 지인은 MBT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어서 유익하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그래,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생기는 갈등을 이러한 성격유형에 대한 설명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MBTI에 노벨평화상을 줘야할 수도 있겠다.
MBTI의 유형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이 T와 F의 구분법이 아닌가 싶은데, 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인터넷에서는 T와 F 구별하기 위한 질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 우울해서 화분 샀어"
F: 왜 우울해?
T: 우울한데 화분을 왜 샀어?
다른 예로 진짜 공감했던 건데 "나 너무 피곤해서 드라이샴푸로 대충 하고 나왔어"라는 말을 듣고 F는 '피곤하다'는 말에 집중하지만, T는 '드라이샴푸'에 꽂혀서 그게 뭔지 궁금해한다.
(질문출처: https://blog.naver.com/kyeongmin1362/222250050288)
T와 F의 특징에 대한 썰들이 한참 떠돌아다닐 때 일부 자료에서는 T가 공감능력 떨어지는 빌런처럼 비치기도 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잘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T발, 너 C야?'(차마 욕을 할 수 없어 T와 C 교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치매 걸린 엄마와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다. 책 출간 소식을 알리며 주위의 고마운 분들에게 책을 선물로 드렸다. 원래는 가족 및 가까운 친구들에게만 출간을 알리려 했으나, 어쩌다 보니 직장이나 몇몇 지인에게도 알음알음 소식이 전해져 책을 드리는 분들의 범위가 당초 계획보다 넓어졌다.
그런데 책을 출간했다며 선물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참 재미있다. 똑같은 상황에서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며 MBTI 감별법이 떠올랐다. 새로 출간했다며 책을 내밀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 그리고 인성이 나타난다.
책 출간에 대해 축하하면서도, 책의 내용을 보고 "그동안 정말 마음이 힘들었겠구나"라고 위로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엄마의 상태가 어떠한지, 엄마의 안부를 묻고 내 마음을 살펴봐준다. 극 F인 분은 책 제목만 보고서도 막 눈물을 흘려서 오히려 내가 더 당황하기도 했다.
책의 내용에 앞서, 일단 책 출간 자체에 대해 놀라워하는 사람들이다. 언제 이렇게 글을 쓰고 책을 냈냐며 놀란다.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 자체에 집중하느라 책의 내용까지는 깊이 있게 보지 못한 것일 수도, 혹은 내용이 조금은 슬프고 속상한 주제이다 보니 이야기하는 게 껄끄러워서일 수도 있겠다.
평소에 글쓰기나 책 출간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믿고 싶다). 책을 출간하면서 '내 주위에 글을 쓰고 싶어 하거나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출판사 목록도 주고 내 경험을 기반 삼아 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나의 출간 소식에 간혹 '너 책 냈어? 그럼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느낌이 상대방의 어조에서 느껴질 때가 있다. 또한 '책 내는 과정이 궁금했는데, 나중에 나도 필요할 수 있으니 A부터 Z까지 단계를 자세히 설명해 줘'라는 뉘앙스로 정보를 알아내는 데에 치중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이 권력을 가지면 본성이 나온다고 했다. 권력을 쥐고 남들보다 강한 자리에 서게 되면, 본인의 욕망이나 성격을 거침없이 표현하기 때문일 테다.
이미지 출처: 사진: Unsplash의Brett Jord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