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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표 Mar 12. 2021

2세대가 돌아온다

'KPOP 고인물'이 아닌 '아이돌력 만렙'인 그들

샤이니가 돌아왔다. 2년 6개월만에 정규 7집 <Don’t Call Me>를 들고 컴백한 샤이니는 초동 12만 7천장, MV 3,000만 조회수,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 멜론 TOP 100에서도 중상위권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컴백을 알렸다. 데뷔한 지 13년이 넘은 남자 아이돌이 이정도 차트를 기록한 건 아마 처음일 것이다.(일단 현역으로 13년 동안 활동하는 그룹도 몇 없다) 샤이니는 아주 성공적으로 2세대의 재시작을 알렸고, 이제 슈퍼주니어, 2PM, 빅뱅이 그 바통을 이어받으려고 한다.


2세대 남자 아이돌은 본격적인 KPOP의 시작을 연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을 강타한 빅뱅, 동남아시아를 휩쓴 슈퍼주니어, 태국에서 신드롬급의 인기였던 2PM, 북미와 유럽에서 호응을 얻은 샤이니 등 2세대 아이돌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통하는 아이돌이었다. 또한, 이들은 최소 12년 이상의 활동 기간 동안 모든 KPOP 트렌드를 겪었고 또 이끌었다. ‘쏘리 쏘리’같은 후크송의 시기부터, 아크로바틱 안무, 스키니 패션, 짐승돌, 자체제작돌, 플래시몹까지. 음악, 안무, 컨셉, 스타일 등 이들은 KPOP 역사에 아주 굵고도 긴 족적을 남겼다.

남돌 섹시+수트+댄디+시크 컨셉의 교과서

‘짬바’라는 말이 있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는 말인데, 무대를 즐기다 못해 가지고 노는 2세대에게 너무나 어울리는 말이다. 당장 슈퍼주니어, 빅뱅, 샤이니, 2PM의 활동 연차만 합쳐도 반세기가 넘는다. ‘아이돌력 만렙’인 이들의 무대를 보고 있자면, 이제는 진정으로 ‘무대를 즐기는 자’의 모습이 보인다. 이번 컴백 때 샤이니가 음방 엔딩을 활용하는 법이나 슈퍼주니어가 평소 무대하는 걸 보면, 정말 ‘짬바’라는 게 즐기면서 할 때야 비로소 나올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샤이니 만능열쇠 키가 아닌 KPOP 만능열쇠 키

이런 2세대의 컴백이 반가운 이유는 3가지가 있다. 첫째는 ‘가능성’이다. KPOP 아이돌은 7년의 계약기간을 전후로 해체와 재계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렇기에 7년이라는 아이돌의 짧은 수명은 기획사와 후배 아이돌에겐 항상 큰 걱정이자 예고된 위기였다. 그런데 슈퍼주니어와 샤이니가 2세대 부활의 신호탄을 쏘며, 군백기 이후 활동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7년 계약기간’과 ‘군백기’가 KPOP 남자 아이돌에게 끝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 것이다. 이들이 10년 전 도전했던 KPOP 해외진출에 이어 다시 한 번 더 업계 관계자(소속사,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도티끌님의 <이 나이에 이럴 줄은>

둘째로는 ‘팬덤 확장’이다. A라는 가상의 인물이 있다고 하자. A는 아주 어릴 때부터 2세대 남돌을 덕질하고 있지만, 이들의 군입대를 기점으로 탈덕하게 된다. 물론 ‘내리사랑’, ‘한 번 덕질한 사람은 빠져나갈 수 없다’라는 말이 있지만, 많은 팬들이 군입대를 기점으로 탈덕을 하거나 장기 휴덕에 들어가게 된다. 2세대가 군백기 이후 이렇다 할 활동이 없다면, A는 영원히 돌판에 돌아오지 않게 될 것이다. 


하지만 2세대가 군백기 이후 컴백을 하게 되면, A는 아주 자연스레 다시 덕질에 스며들게 된다. 떡밥도 너무 많고 세계관도 어려운 요즘 아이돌보다, 자신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2세대를 다시 덕질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KPOP 산업 내에서 덕질의 선순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A에게 덕질은 자신의 지난 시절에 대한 추억이자 향수이기 때문이다. 2세대들이 컴백하며 직장과 현생에 지친 수많은 A들이 다시 돌판으로 들어와 힐링과 위로를 받고 있다.


샤이니 MV에 남겨진 외국팬들의 댓글

마지막으로는 ‘KPOP 세계관 확장’이다. 2세대 아이돌의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 높은 비중으로 외국인들의 댓글을 찾을 수 있다. 2세대 남돌 자체가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세대이기에, 아직까지도 이들을 추억하고 좋아하는 외국 팬들이 많다. 현재는 BTS, EXO, NCT 등 3~4세대가 KPOP 인기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2세대 남돌까지 합류한다면, 훨씬 더 큰 파이의 해외팬들을 KPOP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KPOP도 영국의 브리티시락, 

미국의 컨트리 음악처럼 여러 세대를 거쳐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많은 어린 친구들이 2세대를 알아가고 있다. 샤이니만 하더라도 유튜브 채널 ‘ODG’, ‘스튜디오춤’, ‘M2 릴레이댄스’에 출연하고 빛돌기획 같은 자체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SM은 정말 연차 상관없이 지원을 잘해주는 것 같다. 갓스엠..) 슈퍼주니어는 이번 달에 정규 앨범으로 컴백하고 2PM도 꾸준히 자체 콘텐츠를 선보이며 컴백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아이돌들이 따라할 수 없는 ‘짬바’와 ‘경험’이 있기에, 다시금 KPOP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많은 후배 가수들이 이들을 보며 꿈을 키웠다. 빅뱅의 지드래곤, 샤이니의 태민은 수많은 남돌들의 교과서로 불리고 2PM은 모든 짐승, 섹시 컨셉의 바이블로 평가받는다.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인지, 예전 2세대들의 무대가 종종 피드에 뜬다. 나 또한, 이들을 보며 KPOP 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샤이니를 보며 컬러 스키니진을 사보고 2PM의 와일드바니를 보며 깔깔 웃던 게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올해 MAMA나 시상식에서 2세대들이 10년 전 MKMF때처럼 기가 막힌 무대를 선보여줬으면 좋겠다. ‘짬바’가 느껴지는 그런 무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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