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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고기획자K Aug 19. 2023

AE는 딜리버리맨일 뿐이다?

아무 것도 직접하지 않지만, 결국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다.

광고 대행업은 일의 특성 상, 광고주라고 불리우는 클라이언트, 즉 기업의 마케팅팀의 요청에 의해 일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수많은 협업의 과정을 통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기획자의 역할은 자칫 마이너한 부분이라고 보여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광고물을 제작하는 과정을 고려했을 때 제작팀의 입장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명확히 모른 채로, 광고주의 요청을 전달하고 편하게 일을 한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사곤 한다.

그리고 실제로 종종 광고주의 요청 사항을 그대로 넘기는 기획자들이 있기도 하고 그런 기획자들을 비하하는 말로 *'철가방'이라는 말도 있었다.

* 철가방 : 중국집 배달을 하던 수단으로, 배달원을 일컫는 말이였고, 광고주 요청을 그대로 전달하는 기획자를 비하하는 발언


하지만, 이 일을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고자 하며, 자부심을 갖기고 하는 나로서는 그러한 취급을 받기에 기획자의 역할이 오히려 방대하고 중심적이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총괄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래? 그럼 도대체 기획자가 뭘할 줄 아는데?"


그래, 사실 할줄 아는 것이 없다고도 볼 수 있다. 글쓰기의 영역인 카피라이팅의 영역에 전문성이 있지도 않으며, 디자인에 대한 미적감각이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며, 디자인 툴을 능수능란하게 다루지 못한다. 심지어 각종 매체에 대해서도 매체팀의 팀원만큼 깊히 알지 못하고, 개발자나 데이터 전문가에 비해 관련 지식의 소양이 높을 순 없다. 또 광고주보다 해당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서도 빠삭하게 알기도 어렵다. 또 어떠한 오프라인 행사에 대해서도 어떤 공간에 어떤 설치물에 어떤 인력을 배치시켜서 최적의 행사를 만들 수 있는지도, 실행사의 인력에 비해서 명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눈치를 챘을지 모르겠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모든 것을 관장하여 어떠한 일을 해내는 것이 바로 기획자라는 생각이다. 또 그 과정에서의 큰 틀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그것을 협력사와 의뢰사에 제시하는 것 또한 큰 역할일 것이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가장 와닿는 비유가 바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이다.

각 악기의 연주자들 보다는 연주를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고, 또 어떻게 해야할지를 알고 그에 맞게 지시하고 지휘하여 하나의 멋진 무대를 만들어 가는 것에 중심이 되는 역할.


광고기획자, AE도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artesitalia님의 이미지 입니다.




즉, 광고 기획자의 전문성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함에 있어서 진행되는 활동을 총괄하는 것이다.

세부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개괄적인 관점에선 모든 것을 맡아서 하는 것이다.


특히, 다방면의 경험과 폭넓은 지식으로 제3의 일이 주어져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해낼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포인트이다. 

"A: 에? E: 이것도 제가 해요?" 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듯이 정말 많은 부분의 작은 일부터, TVC 제작 등의 큰 건까지 모두 겪게 되는 상황이다.

나는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기획자이지만, 내게 "하나의 멀티샵을 오픈하라" , "게임을 하나 개발해서 런칭해라." 등 전혀 새로운 일을 요청 받아도 해낼 수 협업할 대상을 찾아서 해낼 수 있는데, 이런 것이 바로 기획자로 살았기에 내게 생긴 전문성이 아닐까 싶다.


기획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조금이라도 거두어지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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