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떠났던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함께 일했던 윗분들이 “다시 함께하자”며
제안을 해주셨고, 그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이 회사는 내가 처음으로 본격적인 커리어를
쌓았던 곳이었고, 사람들도 좋았고 문화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함께했던 분들이 늘 젠틀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분들이었기에,
다시 그들과 같은 팀으로 일한다는 건
나에게 안정감 있는 제안처럼 느껴졌다.
결국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떠났던 회사를 3년 만에 다시 찾았다.
같은 공간이었지만, 다른 시점에서 다시 마주한 회사는 묘한 감정을 줬다.
반가움과 설렘이 있었지만,
동시에 ‘예전과는 달라야 한다’는
압박감도 어딘가에서 느껴졌다.
돌아와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적응 피로도가 없다’는 점이었다.
회사 시스템도 익숙하고, 보고서 형식이나
프로세스도 잘 알고 있으니 다시 배우거나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가 없었다.
보통 새로운 회사에 가면 작은 것부터
다시 배워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데 그런 부담이 거의 없었다.
또 하나는 사람에 대한 편안함이었다.
함께 일했던 분들이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있었고,
이미 나를 신뢰해주고 있었다.
내 부족한 점까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새로운 회사에선 보통
첫인상부터 다시 쌓아야 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곳에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직 특성상 연봉도 오를 수 있었고,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은 예전처럼 따뜻하게 맞아줬다.
그 반가움은 생각보다 큰 힘이었다.
익숙한 공간에서 다시 느낀 안정감은
커리어를 다시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물론 재입사가 주는 어려움도 있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 나에게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하는 시선이 있었다.
“예전보다 더 성장했을 거야”라는 기대가
눈빛 속에 담겨 있었고, 그 기대는 압박으로 다가왔다.
또 한편으론 과거의 시선이 나를 묶는 느낌도 있었다.
여전히 몇 년 전의 나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기에,
내 안에서 성장한 부분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있었다.
만약 내가 이 회사에 처음 들어오는
10여 년 차 경력자였다면, 지금보다 능력치에 대한
의심은 덜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빠른 적응은 때로는 지루함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회사에서라면 설렘을 느낄 시간도 있었을 텐데, 돌아오자마자 바로 업무에 투입되다 보니
어느 순간 익숙함이 단조로움이 되더라.
재입사는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과거가 주는 압박감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재입사가 결코 후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는 건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성장한 내가
과거와 다시 마주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성장 폭을 확인하고,
이전보다 나은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며
관계를 새롭게 쌓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혹시 재입사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편안함’이 필요한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이
더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라고.
둘 다 장단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하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경험은 내가 어떤 환경에서
가장 빛나는지를 알게 해주는 좋은 기회였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