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캠페인을 기획한다는 것
국내 캠페인의 한계에서 출발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나는 늘 아쉬움을 느꼈다.
분명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글로벌 본사의 큰 그림 안에서
현지 실행에 가깝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 큰 무대로,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캠페인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자리로 옮기게 되었다.
글로벌 캠페인을 기획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를 아우르는
메가 트렌드(Mega Trend)를 기반으로
전략을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어려움도 컸다.
국내에서는 생활 속에서 체감되는
소비자 트렌드나 인사이트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무대에서 이야기하는 메가 트렌드는
조사와 학습이 필수였고,
때로는 ‘정말 이게 맞는 흐름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 도전 속에서 맞이한 첫해의
주제는 메타버스였다.
두 번째 해에는 패스트패션과 관련된
브랜드 액티비즘을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첫해에는 APAC, LATAM 등
24개국에서 배포되는 글로벌 캠페인을,
두 번째 해에는 유럽 6개국에서 전개되는
캠페인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었다.
내가 만든 캠페인이 수많은 국가에서
롤링된다는 사실은 참으로 벅찬 경험이었다.
게다가 해외 촬영까지 진행된
프로젝트는 특히 인상 깊었다.
로컬 캠페인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었고,
다양한 문화와 환경 속에서 글로벌 스케일의
크리에이티브가 구현되는
과정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화려한 장면 뒤에는
긴 여정이 있었다.
하나의 글로벌 캠페인은
준비부터 실행까지 보통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본사에서 전략을 세우고,
이를 각국 지사에 가이드로 전달하며,
다시 로컬 팀과 수없이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는 과정은 길고도 복잡했다.
그만큼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내가 주도적으로 기획한 캠페인임에도
정작 내가 살고 있는 국내에서는
결과물을 직접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글로벌 캠페인의 주도권을 갖는다는
성취가 있었지만, 동시에 생활 속에서
체감되지 않는 공허함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캠페인 경험은 내 커리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시야의 확장:
한 나라의 관점을 넘어,
문화와 지역을 초월한 공통점을 찾는 힘을 배웠다.
협업의 의미:
본사와 로컬 간 시각 차이를 좁히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다시금 체감했다.
인내의 가치:
하나의 캠페인이 완성되기까지의 긴 여정 속에서
끈기와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하지만 모든 경험이 그렇듯,
빛과 그림자가 함께였다.
좋은 점이 있지만 아쉬움도 늘 공존했고,
어느 자리에 있든 커리어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고민은 또다시
나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다음 글에서는 글로벌 캠페인 이후,
내가 국내 캠페인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갈증을 해소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