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쳐쓸 수 없어 | EP.05
익숙함은
처음엔 우리를 살게 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말투,
묻지 않아도 짐작되는 반응,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놓이는 시간들.
그 익숙함 때문에
하루를 버티고
관계를 믿고
사람을 선택한다.
그래서 우리는
익숙함이 사라질까 봐
이유도 모른 채
종종 두려워한다.
ㅡ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그 익숙함이
편안하지 않게 느껴질 때가 온다.
그때 우리는 말한다.
"이젠 좀 달라질 때도 되지 않았어?”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달라져야 하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쪽일 때가 많다.
그 지점에서
한 번쯤 멈춰서 묻게 된다
익숙해서 좋았던 것들이
왜 갑자기 고치고 싶어졌을까.
처음엔
그 말투가 편했고
그 반응이 안심이었고
그 방식이 이 사람답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같은 말투는 무심하게 들리고
같은 반응은 성의 없어 보이고
같은 방식은 노력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건 사람이 달라진 게 아니라
내 마음 안에서
기대가 자라났기 때문이다.
ㅡ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변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자기 방식으로 돌아간다.
말을 아끼는 사람은
끝까지 말을 아끼고,
느린 사람은 끝내 자기 속도를 지킨다.
그게 처음엔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답답해지는 건,
사람이 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변하지 않음이
이제는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익숙함이 낡아간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그사람을 고치고 싶어할 때다.
이쯤에서는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고,
이 정도쯤은 알아서 해주길 바라게 되고,
이제는 조금 달라질 수 있지 않나
기대하게 되는 바로 그순간.
ㅡ
하지만 사람은 익숙해질수록
더 쉽게 바뀌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익숙해질수록
바꾸기 어려운 성향이 더 또렷해진다.
그래서 관계는 종종 여기서 흔들린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기대만 자라났을 때,
이해하려던 마음이
관리하려는 마음으로 바뀌었을 때,
익숙함은 조용히 닳아가기 시작한다.
익숙함이 낡은 게 아니라
사람을 고쳐 쓰려는 마음이
관계를 먼저 마모시키는 것이다.
ㅡ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
그래서 관계는
바꾸는 일이 아니라 기억하는 일에 가깝다.
이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인지,
무엇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지,
처음에 왜 그 익숙함이
그토록 좋았는지를 다시 떠올려보는 일.
그 기억이 남아 있는 한,
익숙함은 쉽게 낡지 않는다.
ㅡ
익숙함이 불편해질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한 번쯤 물어야 한다.
익숙해서 좋았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왜 달라지길 바라게 되었는지를.
이 사람이 변하지 않아서 힘든 건지,
아니면
사람은 그대로인데
내 마음이 먼저 변해버린 건지.
그 질문 앞에
조금만 솔직해질 수 있다면,
익숙함은 다시
사람의 온도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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