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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meSpace Apr 24. 2022

산책 (1)

날씨 좋은 날, 인사동에서 쇼펜하우어와 함께

어제 산책을 통해 나는 또 한 번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거리두기 완화 이후 외국인도 평소보다 자주 보였다.


걷는 동안 쇼펜하우어 철학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그 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이어폰에 의해 가로막혔지만, 다가오거나 멀어지는 그 무리들의 생생한 표정은 온전히 내 눈을 통해 표상되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인간이었다. 외국인도 어른도 아이도 정말이지 모두 인간이었다.


개개인의 표정은 모두 달랐다. 각자 다른 동기가 그들을 이곳으로 인도했을 것이며 그들의 대화 주제, 행위 등 역시 모두 달랐다.

어떤 사람은 걸인으로서 바퀴 달린 판을 배 아래에 깔아 끌고 다니며 벌이를 하고 있고 어떤 사람은 걸인의 바구니에 지폐를 꺼내 넣었다. 어떤 사람은 전쟁 관련 모금을 위한 공연을 하고 있었고 또 어떤 사람은 그 공연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평안과 불안이, 풍족과 부족, 연민 그리고 절박함이 있었다.


그들은 누구나 마찬가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그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괴로워했고 때로는 행복했을 것이다.


내 눈은 그러한 움직임을 봤으며 내 귀는 쇼펜하우어의 이야기를 들었다.


결핍과 권태, 혹은 결핍으로부터 비롯된 욕망과 권태의 변증법, 그것은 인간 삶의 원리이자 이 세상의 원리라고 한다.


인간과 그들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 보고 그 일반, 그 자체에 대해 생각했다. 때로는 가엾기도 했고 때로는 용감해 보이기도 했고 때로는 그저 행복해 보이기도 했다.


날씨가 참 좋았다. 적당한 온도의 공기가 피부를 때렸다. 동시에 역동적이고 무한한 표상들은 내 감각기관을 때렸다. 내 안에서 결합된 그것들은 하나의 아름다운 순리로서 해석되었다. 그리고 이는 또 자연 이치의 한 뿌리일 따름이었다.


어느 정도 걸으니 자주 가는 갤러리 앞에 다다랐다. 전시 정보에 마음에 드는 제목이 있었다. 자연과 도시, 그것이 작품들의 주제였다. 지금까지의 그림 감상 경험 중 각각의 작품을 가장 긴 시간을 들여 바라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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