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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Mar 20. 2024

말하듯 쓰기, 그 어려운 걸 우리가 해냅니다

글과 말은 같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요. 한 언론사의 부장님이 종종 글쓰기 강의를 하는데, 이 말씀은 거의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와도 같다 합니다. 문득 생각이 나더군요. 그 분이 내 첫 책을 보시곤 거칠거칠한 질감이니 좀 더 매끄럽게 쓸 수 있도록 읽어보고 말을 해보고 글쓰는 연습을 하라고 했던 게 이제야 기억났습니다. 돌이켜보면 성질이 급한 나로서는 말을 해보기도 전에 허겁지겁 떠오르는 영감을 적기 바빴습니다. 몇 번 읽어보다 제풀에 지쳐서 이정도면 되겠지 단념하고, 해치운 적도 있었죠. 책도, 보고서도, 개인SNS 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강원국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을 보면 나 같은 사람에게 일침을 가하는 훈련법이 나오는데요. 평소 말하는 만큼 자주 쓰고, 이왕이면 구어체로, 이왕이면 먼저 말해보고 쓰라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듯 글을 쓰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게 하면 독자들에게 뜻이 명확하고 잘 읽히며 입에 딱 붙은 문장들을 쓸 수 있다고 말이죠. 여기서 중점을 둬야 하는 건, 뜻이 명확하여 의미가 잘 전달되는 점입니다. 말을 해보면 딱 아는거죠. 이게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아닌지. 그리고 알고 있는 대로 써보는 겁니다.


<직장인을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언뜻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글로 써보면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정갈하고 깔끔한 문장으로 쓰기 위해서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빈틈을 채워야 하고, 자신의 능력껏 생각을 정리하며 매만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참 쉽지 이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우리의 글은 첫 번째를 이어 두 번째, 그리고 끝 문장까지 읽으라고 쓰는 거 아니겠어요? 가나가와 아키노리의 <마케터의 문장>을 보면 미국의 저명한 광고 카피라이터 조셉 수거맨이 남긴 명언이 나옵니다. 첫 번째 문장의 목적은 두 번째 문장을 읽게 하는 것 두 번째 문장의 가장 큰 목적은 세 번째 문장을 읽게 하는 것이라고요. 즉 내가 이해한대로 명쾌하고 야무진 글을 독자가 계속 읽고 싶어하게끔 쓰라는 것이죠.


작가 강원국은 나이 50이 되어서야 글과 말은 쌍이라는 걸 알았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보다 좀더 일찍 알았다면 그나마다행일까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은 옆에서 말하듯 글로 농담을 하고 너스레를 떨어보라고까지 하니 우리의 갈 길이 멀고도 멉니다. 말하듯 쓰라는 법칙 하나를 고작 알았다고 안도하기에는 아직 일러요. 그럼요. 세상에 ‘필력’이란 걸 일생일대에 얻는 게 어디 그리 쉬운가요.


지난하고 지난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글쓰기는 앞서 말했듯 내가 발견하고 내가 생각하는 바를 내 손으로 한 자 한 자 옮기는 과정입니다. 아마도 필력을 갖는 건 어른들의 말을 듣기만 하던 어린 아이가 어느 순간 말문이 터지는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는 정도란 없지만 쉽게 가는 방법 또한 없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 공들여야 할 시간과 노력을 상수로 받아들여야 한단 말이죠.


다들 말할 줄 아니, 말하듯 쓰는 게 얼핏 보기엔 쉬워보이겠지만, 아시잖아요. 쉽게 되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더 글로리>의 문동은 대사를 보태볼게요. ‘여기까지 오는데 우연은 단 한줄도 없었어.‘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내 입말대로 쓴 문장들을 잘 따라 읽어오고 계시잖아요. 이 정도의 인내와 끈기라면 충분합니다. 그 어려운 걸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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