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지금 아파
며칠 전 건강검진으로 자율신경계검사, 흔히 스트레스검사라고 불리는 것을 했다. 손가락에 기구를 끼우고 무념무상으로 잠시 앉아있는 아주 간단한 검사였다. 전 날도 지긋지긋한 불면증으로 한, 두 시간 겨우 눈 붙이고 간 터라 피로도는 이상소견으로 나오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2주쯤 지났을까, 소견서가 집으로 도착했고, 결과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이 검사수치가 얼마나 절대적이고 객관적인지 알 턱이 없으나, 대답 없던 공허한 질문의 대답을 드디어 듣게 된 것 같았다.
“저 지금 괜찮은 거 맞나요? 저 잘 지내고 있나요?”
“아니. 너 안 괜찮아. 너 지금 아파.” 하고 말이다.
나에게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몇 가지 주문이 있다. 결국 이 시간은 지나갈 거라는 것과, 늘 그랬듯 현명하게 결정할 거라는 것. 이 주문은 지난 나의 삶에서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어서, 마음이 혼란하고 괴롭거나 외롭거나 무너져 내리던 그 어느 날에도 쉬지 않고 되뇌었다. 지나갈 거야... 지나갈 거야.... 난 현명하게 잘 이겨낼 거야...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날에는 자주 어찌할 바를 모르거나, 부서져라 몸을 혹사시켰다. 그렇게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 역시 시간이 해결해 줬구나, 역시 잘 이겨냈구나, 하고 또 살아내곤 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몸 안의 어떤 이상 소견으로, 흔적으로, 상처로, 염증으로 고스란히 남아있어 온 것이라면, 나는 또 어떤 주문으로 이 시간을 버텨야 하며, 당장 어디로든 달아나고 싶은, 폐로 들어오는 공기가 무서운 오늘은, 어떻게 견뎌야 할지 한껏 겁이 나서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