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상은 어딜까.
나는 최근 어른에 대한 글을 자주 쓰게 됐다. 어쩌면 ‘어른’이라는 이름에 내가 품어온 환상이나 기대 같은 것을 검증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내 환상, 혹은 기대 중 하나가 바로 ‘선명함’이었다. 내가 어릴 적 바라본 어른들은 꼭 빨간색 혹은 파란색, 검은색 혹은 흰색을 콕 찝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 색깔은 훈장, 혹은 정체성으로 여기며 그들만의 유니온을 형성하기도 했고, 자신만의 거대한 성을 쌓기도 했다. 나는 그 모습이 멋지다 생각하진 않았으나, 언젠가는 나도 도달할 어떤 정상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수채화 같은 내 삶이 조금 의아하다. 확고해져 가던 모든 것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 ‘틀렸어.’가 아니라 ‘모르겠어.’ 줏대 없고 확신 없는 요즘의 나는 현재의 내가 과연 어른으로 나아가고 있는 과정이 맞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오래도록 유연한 어른이 되고자 노력했는데, 막상 ‘유연한 어른’에서 ‘어른’이 쏙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의 정상은 어디고 나는 어디쯤에 서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