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리석은 사람들이 모여서 가장 똑똑한 척하는 직업
나는 내 글들에게 자주 ‘민낯‘ 혹은 ’ 속살‘이라는 애칭을 붙인다. 일종의 부끄러움을 우회적으로 표현라는 말이겠지. 사실 글 자체가 부끄럽다기보단, 그 글에서 나라는 사람을, 반대로 나라는 사람에게서 그 글을 떠올리는 것이, 나는 여전히 남사스럽다.
그래서 (그럴 일도 없겠지만) 나는 네임드 작가가 되고 싶지도 않다. 나는 내 글들을 몹시 사랑하지만, 그야 내 새끼를 미워할 수 없는 고슴도치 같은 마음일 뿐이다. 어느 날은 같잖은 이유로 우울해지고, 사소한 일에 분노하며, 결국엔 ‘모르겠다.’로 귀결되어 버리는 나의 못난 구석들이 글 속에는 가감 없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이런 못난 구석이 없었다면 나에게 글 쓰는 재주 따위는 발휘될 일이 없었겠지, 하는 우스운 긍정회로를 돌리며 내 새끼들을 곳간에 채워나간다.
작가란 그런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들이 모여서 가장 똑똑한 척하는 그런 직업. 그래서 나는 그런 작가들이 너무나도 우습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