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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번째 행인 Mar 10. 2021

막걸리를 담가보자

나도 궁금하다 내가 뭘 더 할지

예전에 일 때문에 알게 된 한 어르신이 엄청난 막걸리 마니아였다. 그분과 저녁을 할 때면 막걸리를 코스처럼 마실 각오를 해야 했다. 물론 덕분에 '아는 사람만 마신다는' 막걸리도 많이 마셨다. 그러나...


다음날 내 머리에선 흥 게이지 만랩의 클럽 파티가 펼쳐졌다. 뇌에 클럽 개장한 것 같은 그 진동과 울림 아는 사람 손!! 깨지고 터질 것 같은 두통 탓에 나는 막걸리를 안 좋아한다. "마실 때 달달하고 톡 쏘니 맛있었지? 자, 이젠 두통을 맛볼 시간이야." 요망한 것.


그런데 누가 그랬다. '아스파탐 없으면 두통도 없대.' 아스파탐? 지식 백과에 물어보니 이렇게 알려준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의 단맛을 가진 인공감미료이다. 화학 구조에 당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저칼로리 음식과 음료에 첨가할 수 있는 설탕 대체제이다. 


아무튼, 지인 말에 따르면 막걸리에도 이 인공 감미료가 들어가는데, 이 녀석이 두통을 유발한다고. 그리고 요즘 아스파탐 무첨가 막걸리도 많다고. 아, 고뤠? 그거 없으면 많이 마셔도 되는고야?

   

그리하여 결정했다. 콩나물 기르기에 이은 다음 혼자 잘 놀기 프로젝트 2탄! 막걸리를 담가보자! 




좀 더 성의 있는 주제 결정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쉽고 간단합니다.

집에서 술밥을 짓고 누룩을 어쩌고저쩌고... 이런 것은 애초 나의 혼자  잘 놀기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번 콩나물 솥밥 육수내기에서 봤겠지만, 나는 시간 단축용 간편템을 매우 선호한다. 쿠X에서 '막걸리 키트' 검색하니 아주 다양한 상품들이 나왔다. 이런저런 댓글 평, 용량(처음 시도하는 거라 많은 양은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가격대 등을 고려해서 주문했다. 만드는 것도 초간단.


② 오래 안 걸립니다.

배달 온 가루랑 물이랑 섞어서 실온에 하루 발효시키고 냉장고에 넣으면 끝.

콩나물만큼이나 초초초초 간단+스피드.


③ 1탄 '콩나물을 키워보자'와의 콜라보를 꿈꿉니다.

1차 재배 성공 이후 2차 재배 중이다. 솥밥 아닌 다른 메뉴 몇 개를 생각하고 있는데,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이 조합 칭찬해'가 될 것 같다.


자, 그러면 만들기 시작!!




<준비물>  4개를 넘기지 마


막걸리 키트(막걸리용 분말 250g+효소 15g이 한 세트로 온다. 6,110원에 샀다. 아스파탐 없다.)


미지근한 물 1.5리터(상온에 둔 2리터 물을 눈으로 4등분해서 세 칸 남기고 나머지는 따라냈다.)


앞에 두 아이들을 넣을 .........을 준비했으나 넘칠 것 같아서 전자레인지용 고구마 찜기 통을 쓰기로 했다.


나무 숟가락(쇠 재질 말고 플라스틱이나 나무가 좋다고 함)


고구마 찜기가 좋았던 게 아래와 같이 공기 나갈 수 있는 숨구멍(?)이 있다는 것. 탁월한 용기 교체.





'한 줄'로 끝나는 만들기 방법... 이거 좀 허무하네


가루 2개를 통에 넣고, 물을 붓고, 뭉친 가루 풀어 뚜껑을 살짝 덮어(안 그러면 터집니다) 따뜻한 곳에서 하루 발효. 끝....


물론 하루 발효 후 냉장고에 넣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이것은 작업이라 하기에 매우 간단하여...


이렇게 끝내기엔 찍어둔 사진이 아까우니, 조금 보충 설명을 하자면...


뭉친 가루 푸는 게 의외의 복병이었다. 이 작업은 9일 밤 11시 좀 넘어 진행했는데... 가루 풀기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15분 정도 걸렸다. 거품기로 풀라고 하는데, 쇠 재질이 닿으면 그리 좋지는 않다고 하여 나는 정성껏 으깨고 젓고 으깨고 젓고... 맛있는 술 마시려면 이 정도는.


보이는가 15분 노동의 결과가. 풀린 막걸리 가루도 가루지만, 그거 몇번 휘저었다고 걸음수가... 늘었다. 5,579보에서 5,604보로.


참고로 이 글을 쓰는 지금은 10일 밤 10시 30분이다. 딱 한 시간 뒤면 발효 24시간이 된다.


도수를 높이고 싶으면 발효를 좀 더 하라고 했는데, 나는 반은 추가 발효를, 반은 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을 계획이다.


아 설렌다. 완성품은 다음 일기에서 예쁜 병에 담아 보여드리리!


사이좋게 바닥 온기 느끼고 있는 프로젝트 1호(왼쪽)와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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