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번째 행인 Mar 21. 2021

막걸리와 콩나물 안주

둘 다 내가 만들었다

시간의 마법을 경험하다


시간이 주는 힘이란. 냉장고에 들어간 막걸리는 하루 뒤의 맛과 사흘 뒤의 맛, 그리고 일주일 후의 맛이 달랐다. 냉장고에서도 발효가 된다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사실 내 입엔 냉장고에 보관하고 나서 2~3일 지났을 때의 맛이 가장 좋았다. 물론 일주일 지난 뒤 마신 막걸리도 향부터 '나 막걸리요'라고 말하는 듯 그 나름의 깊고 진한 맛이 매력적이었다.


용기에는 70~80% 정도의 막걸리를 넣어야한다고 해서 적당히 담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병이 더 필요했다. 여름에 수박주스 사먹고 씻어뒀던 페트병을 요긴하게 재활용했다.


지난번 글에는 못 넣었는데, 병 두 개와 작은 페트병 두 개 분량의 막걸리를 만들었다. 한 병은 냉장고 들어간 다음 날, 다른 한 병은 3일째 되던 날, 다른 한 병은 일주일 되던 날 마셨다. 신에게는 한 병이 더 남아있사옵니다!!



병에 담겨 냉장고에 들어간 나의 막걸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진하고 깊은 향을 내며 익어갔다. 내 입엔 2~3일 지났을 때의 맛이 딱 좋았다.



내가 꿈꾸던, 막걸리와 콩나물의 콜라보


막걸리 프로젝트 때 언급했지만, 내가 이번에 하고팠던 건 직접 만든 막걸리와 직접 키운 콩나물을 재료로 한 요리를 함께 먹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소박한 한상을 아주 즐겁게 차려냈다.


메뉴는, 정말 근본 없는, '손 가는 대로, 있는 재료 가지고 만드는 아무 요리'였다. 그냥 내가 붙인 이름은 '소고기 콩나물 간장 볶음'이다. 샤부샤부용으로 사다 놓은 소고기에 콩나물, 양파, 버섯, 간장을 넣고 볶았다. 맛은 물어 뭐하나. 꿀맛이지!


자, 소고기 콩나물 간장 볶음을 만들어 보자


이번에도 재료는 참 간단하다. 양파나 버섯은 구색을 갖추기 위한 추가 재료였을 뿐. 다른 야채로 대체해도 상관없다.



<재료>

샤부샤부용 소고기(손에 잡히는 대로),  콩나물(손에 잡히는 대로), 버섯(적당히), 양파(적당히), 요리용 간장


*간장은 슈퍼 마켓에서 조림, 국, 찜 등에 다양하게 쓸 수 있다는 걸 샀다.

*고기는 집에 있는 고기를 썼다. 볶을 때 기름이 좀 더 많이 나오는 걸로 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차돌박이로 하면 더 맛있겠다'는 생각을 살짝 해봤다.



(고기) 넣고 볶고, (야채) 넣고 볶고, (간장) 넣고 볶고. '넣고 볶고' 세번만 하면 끝이다.



<만드는 순서>

1. 냄비 또는 팬에 기름 없이 샤부샤부용 고기를 넣고 볶는다.

2. 고기가 반 정도 익으면(붉은 기가 반 정도 사라지면) 준비해 둔 야채를 모두 털어 넣고,

3. 간장을 밥숟가락 한 스푼 넣어 함께 복고 양이 모자란다 싶으면 반 스푼 더 넣고 볶는다.

참고로 내가 산 간장은 요리용 간장이라 일반 간장보다는 더 짜다.

4. 콩나물 숨이 죽고 양파도 말랑말랑해지면 요리 끝. 예쁜 그릇에 옮겨 담는다.


아니,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것인가. 아니, 이렇게 막걸리랑 잘 어울려도 되는 것인가.


정말 맛있었다. 양파와 콩나물, 버섯에서 수분이 나와서인지 고기도 안 질기고 짜지도 않았다. 식감도 좋았고. 이 보람찬 한상에 함께한 지인이 "입 버릴 각오하고 왔는데..."라며 똥 손 요리사의 솜씨에 감탄했다. (나는 이것이 거짓말은 아니었다고 믿는다.)



콩나물은 꼭들 키워보시길


지금까지 콩나물은 세 번 재배했다. 첫 번째 재배 때는 온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데, 두 번째부터는 보일러를 틀었다. 두 번째 재배가 막걸리 상온 발효 시기와 겹쳐서 1차 때보다 좀 따뜻한 환경이었는데, 확실히 성장 속도나 콩나물 상태가 1차 때보다는 나았다.



요리 똥손의 콩나물 변주. 내가 이렇게 요리에 재미를 느끼다니, 콩나물 너 도대체 뭐니.

 


막걸리 안주 이후에는 콩나물이 들어간 달래 된장국(콩나물로 요리했다 편에 나오는 육수 내는 한알에 시중에서 파는 달래 강된장을 풀어 넣었다), 콩나물 버섯 두부 국수(물에 육수 한알 넣고 콩나물, 버섯, 두부면을 넣어 끓여 만들었다), 콩나물 부대찌개(김치찜 배달시켜 먹고 남은 것에 육수 한알과 물, 콩나물을 넣고 끓였다) 등도 만들어 먹었다. 사실 달래 강된장, 김치찜 맛이 강해 콩나물은 사실상 식감을 위한 재료 이상의 의미는 갖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키운 무농약 콩나물을 재료 삼아 무엇인가를 만들어먹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무엇보다 집에서 음식 냄새나는 것을 싫어하던 내가 요리에 재미를 붙였다는 이 '기적 같은 변화'에 박수를 보낸다.






그래서 다음은 뭐할 건데


다음 혼자 놀기는 뭘 할까 고민 중이다. 이 '혼자 놀기 프로젝트'가 나한테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조만간 다른 주제에 도전해보겠다. 물론 콩나물은 키우는 재미가 쏠쏠해 브런치 글과는 상관없이 꾸준히 재배하고 색다른 요리를 만들어 먹을 계획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막걸리를 담가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