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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부신 햇살 Dec 22. 2023

아침식사의 하모니

요양원의 아침 시간은 분주하다. 어르신들은 해가 뜨기 전에 일찍 일어난다. 창밖은 해가 떠오르고 햇살이 창 틈새로 부서진다. 요양보호사들의 손놀림이 빠르게 움직인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신체의 모든 기관이 노화로 이어진다. 소화기관도 약해지며 귀는 안 들리고 눈도 흐릿해진다. 특히 치아가 약해져서 씹는 기능이 현저히 저하된다. 요양원에 입소한 어르신들은 대부분 틀니로 음식을 섭취한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틀니마저 입안의 근육들이 소실되어 헐거워지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창문을 조금 열고 환기를 빠르게 진행한다. 잠깐의 찬바람이 어르신들을 감기에 걸리게 하는 부분에 신경 써야 한다. 어르신들을 세수를 씻기고 얼굴 로션을 바르고, 밤 동안 세정액에 담근 틀니를 입속에 단단하게 끼워드린다.


아침이 오는 소리가 가득하다. 식탁 사이로 햇살 알맹이들이 내려앉고 있다. 보행기식탁에 앉으시는 분들과 휠체어로 이동하시는 분들도 있다. 스스로 자신의 발로 생활할 수 있는 노인들이 제일 행복하다. 은빛 배식카가 식당에서 엘리베이터로, 생활실 공간의 탁자로 이동된다.


배식카에는 각각의 식이 종류의 식판이 담겨있다. 일반식과 다짐식, 갈반식이다. 치아나 틀니로 저작 기능이 가능하시는 분들에게는 밥과 일반 반찬으로 제공된다. 치아의 상태가 좋지 않으시거나 단단한 음식을 씹으지 못한 에게는 모든 반찬이 잘게 다져서 급식된다. 그것마저도 안되시는 들, 틀니마저도 사용 못하는 이들에게는 죽과 반찬으로 차려드린다.


급식의 종류도 한계가 있다. 닭고기는 닭살만 발라서 제공하고, 돼지갈비도 뼈를 분리하고 살로만 식탁에 오다. 없는 생선 위주로 발주하고, 생선은 일일이 가시를 잘 발라줘야 한다. 생선은 부드럽지만, 가시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식사 시간 동안에는 다른 시간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도에 음식물이 넘어가는 응급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과 혼자서 식사하지 못하시는 들에게는 일대일 식사 케어해야 된다. 요양보호들은 어르신에게 정성으로 음식 섭취의 도움을 제공한다.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은 사랑이 없으면 안 되는 직업이다. 요양원에 근무하는 자는 어르신들을 공경함과 봉사 정신이 밑바닥에 있어야 한다.


그들의 앞에 분홍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방수 앞치마를 두르고 식사를 한다. 저마다 식판에 담긴 음식을 먹는다.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식사하시는 들도 있고,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식판에 담긴 음식을 먹는 분들도 있다. 어떤 분들은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고 식사를 한다. 모든 어르신이 함께하는 아침 식사에 아름다운 하모니가 펼쳐진다. 저마다 인생이 다른 길을 걸었지만, 현재는 함께 생활하며 같은 식탁에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우리 인생의 가는 길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중국을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건축하고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제도 오십 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모든 사람은 다른 시간에 태어났고, 이 땅을 떠나는 날들은 먼저 왔다고 빨리 가는 인생이 아니고, 늦게 왔다고 나중에 떠나는 여정이 아니다. 인간이 이 땅에 마지막 떠나는 시간만은 오직 신만이 알 것이다.



바로 이 순간을 사랑하고 나에게 주어진 가족과 이웃들을 섬기며 베풀고 가는 삶이 아름다운 인생이다. 어르신들의 삶이 요양원에 있다고 슬픈 인생은 아니다. 오히려 편안하게 돌봄 받으면서 신이 이 세상에서 주어진 마지막 시간을 받아들이며 사랑하기를 기도드린다.


내가 이곳에 있으면서 이분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이해하는 마음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것임을 잊지 않아야겠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식사 시간의 하모니가 찬란하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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