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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Nov 06. 2023

고마워요!

 

멋짐, 뿜뿜 OO동이님께!


여보!

몇 년 전 신문에서 오소희 작가님이 기고한 ‘고마워’ 편지글을 읽었어요. 작가님은 그 글을 눈으로만 읽지 말고, 소리 내어 읽기를 청했어요. 읽는 도중에 목이 메면, 늘 가슴에 고마움을 간직하고 지금이라도 마음 대신 말로, 글로 표현하라고 했어요.


‘모방은 제2의 창작이다.’라고 하죠. 좋은 것은 즉시 따라 하는 것이 제 주특기잖아요?

그래서 나도 이번 당신 생일에 ‘고마워요’ 편지를 썼어요.

그리고 당신 생일과 똑같은 생일을 가진 작가의 책인, 생일 책을 예쁘게 포장해 준비했어요.




고마워요편지


산에 오를 때, 내 걸음 속도에 맞춰

두어 걸음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 줘서 고마워요!

가진 것 하나 없이 결혼해서 하나씩 하나씩 살림 장만해 가는

즐거움 알게 해 줘서 고마워요!

이불 뒤집어쓰고 조금씩 불어나는 은행 통장 보는

기쁨 나누자며 다정하게 손 내밀어 줘서 고마워요!


첫딸이 태어난 서른 살의 당신은 얼마나 벅차고 가슴 졸였을까?

그때부터 지금까지 힘듦과 벅참이 함께 했던 과정, 과정을

묵묵히 의연하게 지켜봐 줘서 고마워요!

두 딸 키우며 엄마로서 느끼는 조급함과 불안감을 탓하지 않고

차분하고 느긋하게 조절해 줘서 고마워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몰랐던 당신 말과 행동을 오해하고,

입 꾹 닫아버린 나에게 술 한잔하자며 먼저 다정하게 손 내밀어 주고,

내 젊은 날의 설움 들어줘서 고마워요!

결국 소리 없이 강한 진국이었던 당신을 발견했어요!


내가 말할 때 얼른 하던 일 멈추고,

내 마음 진심으로 경청해 줘서 고마워요!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내 일도 똑같이 중요하게 존중해 줘서 고마워요!


일찍 일어나 기도하고, 신문 보고, 블로그에 글을 써도,

내가 하는 것을 그대로 존중해 주고, 아는 체하지 않아서 고마워요!

내가 서툰 컴퓨터, 자동차, 기계 등등 모르는 것 물었을 때,

무시하지 않고 불안해하는 나에게 박력 있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자신감과 믿음을 줘서 고마워요!


젊었을 때 힘들게 감정 싸움하며 보낸 시간 내내

버거운 자리 떠나지 않고, 품위와 위트 있는 남자로,

꿋꿋하게 남편 자리 지켜줘서 고마워요!




좋은 것 먹거나, 좋은 것 볼 때,

꼭 “최 OO 이리 와봐!” 하며 챙겨줘서 고마워요!

불그스레 떠오르는 태양.

드넓은 하늘에 유유히 흘러가는 양떼구름.

유난히 찬란한 저녁노을,

별이 총총 흐르는 밤하늘.

우리 집 베란다에서 바라본 야경.

놓치기 아까운 순간의 풍광을 볼 때,

느긋하고 여유로운 자세로 함께 바라보자고 제안해 줘서 고마워요!


작년 당신 생일에 돈 총 쏴줬을 때,

헤벌쭉 웃으며 좋아해 줘서 고마워요!

내가 쏴 준 축하금에 더 많은 물질과 사랑으로

화답하고 깜짝 놀랄 감동 줘서 고마워요!

두 딸이 준 생일 축하금에 더 많은 사랑과 물질로

화답해 주고 멋짐, 뿜뿜 흘리는

아빠 모습, 장인 모습 보여줘서 고마워요!






명절에 대가족을 위한 음식 준비로 힘든 나를 챙겨주고,

육아와 직장 생활에 지친 딸, 사위 대신 얼른 앞치마 챙겨 입고

설거지하는 아름다운 뒤태 보여줘서 고마워요!


방송에서 나온 만능 맛 간장에 눈이 번쩍 띄어,

유튜브로 열심히 공부해서 사랑과 정성 듬뿍 담긴

짭조름한 아버지 표 만능 맛 간장 만든 당신

태풍처럼 달려가 딸들에게 무심히 툭 던져줘서 고마워요!


시장에서 직접 사 온 하얀 광목천으로 매달아 준 그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딱 하나뿐인 그네.

외갓집을 마치 키즈 카페 같은 놀이공간으로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다섯 손주들이 오면 그네를 안정적으로 잡아주고, 밀어주며

까르르 웃는 손주들 틈에서 노는 당신 모습 고마워요!


이런 커가는 과정 하나하나를

지켜보는 맛을 알게 해 준 솜씨 쟁이 당신, 고마워요!





자꾸만 삐뚤게 옆으로만 가서, 딸 힘들게 했던 손녀 유모차를

닦고, 조이고, 기름 쳐서. 우회전 오케이, 좌회전 오케이,

아니 360도 회전까지 오~우케이 하게 만들어 줘서 고마워요!

더불어 손녀 승차감까지 빵빵하게 올려주고,

딸 입이 귀에 걸리게 만들어 주신 특급 수리 쟁이 당신, 고마워요!


손주 돌보는데 육체노동, 감정노동의 힘듦을 털어놓을 때,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고, 공감해 주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나를 웃게 해 줘서 고마워요!


지금 당장 담배를 끊진 못하지만,

언젠가는 끊겠다고 약속해 줘서 고마워요!

밥 먹자마자 “잊기 전에 약 먹어”라고

다정하고 섬세하게 챙겨줘서 고마워요!




자기 삶에 아름다운 색깔을 입히고, 많은 걸 품어

안을 수 있는 넉넉하고 의리 있는 동반자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요!

가끔 카톡으로 글줄이라도 보내면,

우~~ 와하고 응원해 줘서 고마워요!


멋짐, 뿜뿜 OO동이님!

앞으로도 계속 아는 체 자주 해 주시고

주~~~ 욱 건강하고 재밌게, 제 옆에서 존중해 주고

배려해 주면 차~~~ 암 고맙겠어요. 하하

이만 총총. ‘고마워요’ 편지를 끝내겠습니다.











(우체국 손편지 글 공모전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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