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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Dec 10. 2024

책 속에 길을 내어주는 엄마의 손길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 때다. 

  우리 가족 중에서 올림픽 경기를 제일 맛나게 본 아이는 세 살 손자다. 요즘 많은 부모는 아이들이 TV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거실에서 TV를 치워버린 가정도 있다. 아이들도 쉼이 필요할 텐데.... 뒹굴뒹굴하면서 만화나 티니핑 명작 동화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위도 무작정 TV 보는 것이 습관이 될까 봐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열리는 야구 경기를 볼 때는 아들과 어울려 보면서 경기 규칙이나 글러브 배트 볼 등 용품을 알려준다. 올림픽 경기는 마음껏 보라고 풀어주는 눈치였다. 


   “2024년 파리에서 하계 올림픽이 개최됩니다. 이번 올림픽은 세계 최초로 파리의 상징인 센 강에서 야외 개막식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니 많은 시청 바랍니다.” 몇 주 전부터 모든 방송사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인 파리 올림픽에 대한 예고 방송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었다.





  딸은 손주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자주 간다. 이번 콘셉트는 파리 올림픽! 손주들이 자연스럽게 올림픽에 관한 경기 역사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주고 싶은 듯했다. 그들이 직접 올림픽에 관한 책을 고르도록 했다. 

  “엄마 이 책 좀 보세요. 축구와 야구 태권도 양궁 그림 좀 봐요. 사진 색깔이 예쁘고 그림도 웃겨요.” 


  둘은 계속 책장을 넘기며 시시덕거린다. 손녀가 찾은 책은 스포츠 피디아(애덤 스키너, ART SCIENCE)라는 보드 북.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60개 이상의 스포츠에 관한 최고의 가이드북이었다. 올림픽 경기에 나오는 스포츠에 관한 용어와 규칙 자세에 관한 사진과 그림이 들어있는 스포츠 백과사전. 딸은 엄지 척을 하며

  “와! 이 책 굉장히 재미있겠는데. 

  어디서 이런 멋진 책을 찾았지. 우리 딸 대단해요!”  




  부모의 칭찬을 밥으로 먹고사는 아이들. 손녀는 신이 나서 엄마 손을 잡아당기며 자기가 찾았던 책장으로 갔다. 

  “책을 넘기기만 해도 올림픽 경기는 다 알 수 있겠는데!” 

  손주들은 엄마의 칭찬에 깔깔거리며 개선장군처럼 집으로 향했다. 


  그 후 텔레비전에서 올림픽에 관한 방송이 나오기만 하면 그 책을 들고 뛰쳐나오는 손자. 책을 넘기며 경기 이름과 자세 규칙에 대한 내용과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모두 따라 했다.


  퇴근한 엄마는 손을 올리며 남매에게 명령을 한다. 

  “유정 발차기?” 

  “태권”

  “유준 발차기?”

  “태권”

  제법 자세가 나오고 엄마는 아이들 반응에 따라 손을 조금씩 올린다. 

  땀을 흠뻑 흘리며 씩씩거리는 아이들! 한동안 올림픽 분위기로 들떠 보냈다.


  한국이 양궁 경기를 할 때는 양궁에 대한 그림과 사진을 본다. 실제 경기할 때 몇 점인지 과녁을 맞히고 어떻게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과녁을 맞힐 때 가장 많이 나온 숫자는 8. 그때 8점이라는 멘트가 콕 박혔는지. 아무리 10점이 더 높은 점수라고 알려줘도 8점만 연신 외쳐대는 손자. 이런 모습에 포복절도하며 웃음을 쏟아냈다.


   탁구나 배드민턴, 싱크로나이즈 스위밍, 리듬 체조 등 책에 있는 그림과 실제 경기를 비교하면서 보았다. 손자는 완전히 스포츠 광이 되어 시시때때로 “이건 도마야. 이건 다이빙.” 온몸으로 각각의 경기 자세를 보여준다. 




  그 책을 어찌나 많이 봤는지? 도저히 도서관에 반납할 수 없을 정도로 뜯어지고 찢어져 버렸다. 딸은 결국 스포츠 피디아를 새로 사서 도서관에 반납했다. 그렇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아이들이 진짜 재밌게 올림픽 경기를 봤고 스포츠에 대해 알아가기 때문에. 지금도 가끔 아이들은 그 책을 보면서 반복 학습을 하는데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올림픽 개막식 때 세계의 만국기가 펄럭펄럭 TV화면에 가득 찼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국기는 나라를 대표하는 깃발이기 때문에 선수단들은 자기 나라의 국기를 흔들며 입장했다. 

  “할머니 올림픽 개막식에서 펄럭거리는 깃발이 엄청 많이 나왔어요. 배에 탄 사람들이 깃발을 흔들며 웃고 춤췄어요. 태극기도 보고 일본 국기도 봤어요.” 

  손주들은 이국적인 장면을 보고 자연스럽게 국기와 나라에 관심을 갖고 질문했다. 




   손녀 유치원에서도 올림픽에 관한 활동으로 국기를 만들어 게임도 하고 있었다. 손녀는 세계에 있는 국가와 국기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어 했다. 엄마 손을 잡고 도서관에 다시 간 손주들. <세계 도시 지도책, 30개 도시 지도와 함께하는 세계여행>이라는 책을 빌려왔다. 국기는 나라와 국민을 대표한다. 책을 읽어주면서 국기에는 한 나라의 역사 자연 종교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딸은 유튜브에서 <주니토니 세계 수도 송>이라는 영상도 찾아주었다. 계속 노래를 따라 부른 손주들은 국가와 국기 나라의 수도까지 외워 버렸다. 그냥 통째로 외우는 것 같다. 

  어느 날 시장에 다녀오다가 손자가 차도로 가는데 좁은 길에 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유준아? 차는 차도로, 사람은 인도로 다녀야 해.” 

  “인도는 뉴델리....” 

  즉각 반응하는데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 인도와 저 인도는 분명히 차이가 있는데...... 아이들에게 조기 교육과 암기 교육은 처음엔 멋도 모르고 따라 하다가 결국 알아가는 것일까? 

  이렇게 손주들은 엄마가 이끄는 책 속 길을 통해 조금씩 영역을 넓혀갔다. 올림픽을 통해 책 읽기가 확장되었다. 딸은 그런 아이들이 기특해 더 자주 도서관에 가야만 한다고. 물들어 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자기들이 직접 고른 책과 엄마의 손길이 결국 아이들의 세계관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 이렇게 아이들은 부모가 보여주는 세상에서 자라는 것 같다.




  딸 집에는 세계지도와 한국 지도가 베란다 창에 붙어 있다. 나는 손주들에게 스토리를 엮어가며 나라를 같이 찾아본다. “너희 엄마는 캐나다에서 공부했어. 캐나다 국기에는 단풍나무가 있어.” 며칠 전 손자 친구가 호주에 다녀왔다며 코알라 키 링을 선물로 주었다. 그때 호주라는 나라를 같이 찾아보았다. “할머니 리한이가 갔다 온 곳은 여기야.”하며 세계 지도에서 호주 국기를 찾아준다. 호주 국기와 코알라로 금방 알아차린 것 같았다. 손자는 올림픽 때 프랑스 국기를 알았다. 얼마 후 가평에 있는 <쁘띠 프랑스>라는 관광지를 다녀와서는 프랑스에 에펠탑도 있다며 할머니 손을 잡아당긴다. 세계지도에서 나는 잘 보이지 않는 프랑스 위치를 잘도 짚어낸다. 그렇게 해서 국기와 국가 수도에 대해서 책과 노래 동영상을 매개체로 놀다 보면 효과가 더 커지겠지.


   딸은 손주들이 어렸을 때, 춥거나 너무 더워 마땅하게 갈 곳이 없으면 그냥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다. 따뜻한 아랫목이 있는 황토마루 도서관. 그땐 단지 계단을 기어오르고 기어 내려오기만 했던 공간! 다정함이 묻어있는 그곳! 엄마 손잡고 놀이터처럼 드나들었던 도서관이 아이들에게 쭈욱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 황혼 육아일기 #흥머니 : 흥이 많은 할머니 #  책 속에 길을 내어주는 엄마의 손길 

# 스포츠피디아 # 올림픽 # 올림픽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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