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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문화대상 수상(受賞)의 무게

저는 작은 새장 한 개를 드렸을 뿐입니다

by 홍안유

저희 ㈜ 마하빅터 아카데미가 1월 21일 한국교육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24 대한민국 문화 대상’ 시상식에서 사회 교육 부문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상(賞)의 취지는 교육과 문화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개인과 단체의 노력을 기리고 더욱 발전된 미래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이 상을 받고 제가 사회 교육 부문에서 어떤 성과를 냈고 우리 사회 발전에 어떻게 이바지했는지 복기(復棋) 해 봤더니 우선 딱 2가지가 떠올랐습니다.


낯선 길이 익숙해지는 ‘공무원 혁신 디자인 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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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 보니 가장 먼저 떠오른 그림이 ‘공무원 혁신 디자인 스쿨’입니다. 업무도 바쁜데 시간을 쪼개서 ‘배움’에 쓴다는 건 벅찬 일이지요.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시시각각 변하는 대전환 시기에 꼭 필요한 일이다 싶어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공무원 혁신 디자인 스쿨’에 매달렸습니다. 시대 현안을 담은 주제를 엄선해 폭넓은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 교수진 초빙했고, 멘토 형식의 담임제로 ‘공무원 혁신 디자인 스쿨’을 운영했습니다.


단기 교육으로는 목표한 성과를 거둘 수 없어 1년 과정을 제안했더니 참여하신 분들이 더 좋아하셨습니다. 전문 교수진이 특강/ 답사/ 연구 활동을 뒷받침하고 현장에서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실제 추진이 가능하도록 종료 후에도 컨설팅을 병행하여 지자체의 사업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지자체는 주민 눈높이에 맞는 사업 추진으로 경쟁력이 강화되었고 교육에 참여하여 역량을 발휘한 공직자는 승진의 달콤한 열매를 거두었습니다. 공직자는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변화와 직면합니다. 이 변화에 적응 못 하면 불안하고 힘이 들기에 MZ 세대 공무원 이직률이 높다고 봅니다. 공직자 앞에 매일 새롭게 펼쳐지는 낯선 길이 익숙해지도록 동행하겠습니다.


숭늉에는 있고 생수에는 없는 것을 찾아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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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 이천시, 안성시, 양평군 농촌 활성화 사업 지역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하면서 참 많은 스승을 만났습니다. 마을 회관에서 교육한다는 이장님 방송이 나가면 어르신들이 마을 회관으로 모이시는데 걸음이 참으로 여유롭습니다. 교육 시간이 임박했는데도 전혀 서두르지 않으시고 천천히 유모차를 밀고 오시는 모습을 뵈면 자유의 원형이 저거다 싶습니다. 저는 농촌 지역 역량 강화 교육의 핵심이 배움에서 행복을 찾게 해 드리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부가 농촌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H/W에 주력하는 것에 병행하여 저희는 H/W를 채울 S/W를 주민과 함께 만듭니다. 농사를 짓는 일 말고는 뭔가를 스스로 만드실 기회가 없었던 어르신들은 배우는 것을 버거워하시는 듯 보입니다. 그런데 실은 반대입니다. 가슴속에서 창작의 불씨를 스스로 꺼내는 걸 역력히 느낄 수 있어요. 자화상도 잘 그리고, 시도 잘 쓰시고 노래도 잘 부르며 춤 선도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주민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고 마을 인형극 공연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문화⬝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면 소재지와 거리가 먼 배후 마을에 <교육, 문화, 봉사>가 하나로 연계된 마을로 찾아가는 돌봄 버스 '부름이’와 함께 합니다. 부름이 단원들은 혼자 사시는 어르신과 거동이 불편한 주민이 사는 집을 찾아가 재빨리 집 청소와 간단한 집수리를 한 후 마을주민에게 균형 있는 영양식 한 끼를 대접하고 인생 캐리커처를 그려 액자에 담아드립니다. 그다음엔 초청 가수 공연을 곁들인 주민 노래자랑을 펼칩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어르신 얼굴에 서렸던 외로움이 걷힙니다. 굽은 허리가 조금 펴진 듯도 합니다. 꼭 잡아주시는 어르신 손길에서 우러나오는 따스함은 숭늉과 맛이 같습니다. 차가운 생수에는 없는 숭늉의 은근한 여유를 더 많이 나눌 수 있도록 더 많이 농촌을 공부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저는 작은 새장 한 개를 드렸을 뿐!


저희가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분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기관과 마을이 많이 발전했다고요. 사실 저는 비어 있는 새장 한 개를 드렸을 뿐입니다. 새를 한 번도 키워보지 않은 사람에게 새를 키우게 하는 방법은 빈 새장을 선물하는 거랍니다. 빈 새 장을 보고 사람들이 “여기 살던 새가 죽었나요?” “날아가버렸나요?”라고 자꾸 물으면 새 장 주인이 결국은 새를 사다가 키우게 된답니다. 이 이야기는 존 맥스웰이 쓴 <생각의 법칙> 책에 나오는 일화인데요.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강요와 설득에 앞서 슬며시 빈 새 장을 놓아 드리는 것, 저는 빈 새 장을 하나 드렸을 뿐인데 지역과 주민, 기관이 노래를 잘하는 팔색조를 키우신 겁니다. 그래서 ‘2024 대한민국 문화 대상’ 금상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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